소프트뱅크 로보틱스의 산업용 청소로봇 '위즈'의 모습.

국내 호텔이나 공항, 기업 사옥에서 로봇이 청소인력을 대신해 바닥을 쓰는 모습을 보게될까. 일본 소프트뱅크의 로봇 개발 자회사 소프트뱅크 로보틱스(SBR)는 28일 상업용 AI(인공지능) 청소로봇 ‘위즈(Whiz)’를 공개하며 한국 시장 진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SBR은 현재 글로벌 청소 전문 로봇 시장의 55%를 차지하는 1위 기업이다.

◇600개의 청소 경로 기억하는 로봇

28일 오전 서울 위워크 서울스퀘어에서 만난 ‘위즈’는 성인 무릎 높이(65.3cm)의 작은 2단 서랍장처럼 생긴 로봇이었다. 이 로봇은 정면에 장애물을 감지하는 2D·3D 카메라와 라이더센서가 탑재돼 있다. 하단에는 혹시 모를 충돌을 감지하기 위한 범퍼와, 추락을 막아주는 감지 센서가 장착돼 있다. 이날 SBR 직원이 수동으로 위즈를 지그재그로 밀며 복잡한 청소 경로를 ‘기억’시켰다. 이후 위즈는 버튼 클릭 한 번만으로 방금 학습한 청소 경로를 자율주행으로 따라하며 청소를 진행했다. 진행 방향에 사람이 서 있으면 잠시 주행을 멈추고, 옆으로 우회를 하기도 했다. 방향을 바꿀 때는 자동차 깜빡이를 켜듯이 몸통 중앙에 있는 라이트가 진행 방향에 따라 반짝였다.

SBR에 따르면 위즈는 한번 완충 후 최장 3시간 동안 1500㎡의 면적을 청소할 수 있다. 수동으로 입력하는 청소 경로는 최대 600개를 기억할 수 있고, 경로 데이터는 입력을 하는 동시에 클라우드에 저장된다. 사용자는 위즈를 구동시키는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 ‘위즈 커넥트’를 통해 청소 로봇을 조종하고, 여러대의 청소로봇을 한번에 작동시킬 수 있다. SBR 관계자는 “해외에서 실제 전시장 바닥 청소를 수행한 경우, 전체 청소 노동의 80%를 위즈가 대체할 수 있었다”며 “홍콩 국제공항의 경우엔 원래 청소인력 4명이 49개의 게이트를 청소했었는데, 위즈가 추가되자 같은 인력으로 98개 게이트 청소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SBR은 위즈의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해 11월 서울에 SBR코리아 사무실을 차렸다. 현재 SBR코리아의 직원은 14명이다. SBR코리아측은 “빠르면 9월부터 국내에서는 유통을 담당하는 파트너사와 함께 렌털 방식으로 주요 대기업과 공항 등 공공기관을 상대로 판매할 예정”이라며 “정확한 금액은 9월중에 정해진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먼저 판매가 이뤄진 홍콩에선 월정액 3980 홍콩달러(약 61만원)에 제공되고 있다.

◇손정의의 ‘로봇 꿈’, 실적 저조한데…위즈로 만회할까

SBR은 위즈에 앞서 휴머노이드 서비스 로봇 ‘페퍼’를 먼저 출시했었다. 하지만 페퍼는 2015년 10월 출시 이후 지금까지 약 2만 5000대를 3년 계약으로 임대했으나, 계약 기간이 종료된 후에 계약을 갱신하는 비율이 15%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트나 전시장에서 고객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안내해주는 역할은 생각보다 시장에서 큰 수요가 없었던 것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이 투자한 로봇 스타트업들도 부진하다. 예컨대 소프트뱅크 등으로부터 지난 2018년 3억 7500만 달러를 투자 받은 줌(Zume)은 5000만 달러의 손실을 입고 최근 직원의 절반 가량을 해고했다. 줌은 피자를 만드는 로봇을 개발하는 것으로 투자를 유치했지만, 시장성이 없어 올 1월에 관련 연구를 중단했다. 최근 들어서는 마스크 생산에 나서는 등 로봇 관련 사업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는 추세다.

소프트뱅크는 2017년 구글로부터 로봇 개발업체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인수했다. 이 업체는 지난해부터 산업용 시설의 검사·모니터링 역할을 맡는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시장에 공급하고 나섰지만, 애질리티 로보틱스·애니보틱스 등 비슷한 제품을 내놓은 타사와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태다.

반면 청소 로봇은 전망이 밝은 편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이후에는 청소와 건물 살균 등에 대한 수요가 전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인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코로나 영향으로 글로벌 청소로봇 시장은 2018년 21억 달러(약 2조 5158억원)에서 2023년 44억 달러(약 5조 2712억원)로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실제로 위즈는 2018년 11월 일본에서 첫 출시가 된 후 올 6월까지 미국·홍콩·마카오·싱가포르 등에 1만대 이상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봇 업계에서는 “위워크·우버 등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업체들이 모두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성적을 내야하는 SBR측에서는 위즈가 로봇 산업 확산의 돌파구가 되길 바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