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부터 직접 생산에 이은 현장 판매까지 토털 악세서리 공정을 갖춘 남대문 악세서리 밸리의 매장에는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다양한 악세서리를 선보인다.

미국에 첨단 반도체와 IT산업의 실리콘밸리가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남대문시장의 ‘액세서리 밸리’가 있다. 실리콘밸리가 첨단산업의 첨병이라면 남대문 액세서리 밸리는 패션의 처음과 끝을 책임지는 패션의 첨병이다. 수출과 도매를 전문으로 하는 남대문시장 액세서리상가는 15채의 상가에 2천 5백여개가 넘는 액세서리매장들이 액세서리와 쥬얼리 등 패션유형에 따라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다양하고도 개성 넘치는 액세서리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멋쟁이 패셔니스타뿐만아니라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대도쥬얼리상가의 쥬얼리매장 #72W은 백화점 못지않은 규모와 디스플레이를 선보여 매장을 찾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남대문 액세서리상가의 경쟁력은 액세서리의 직접생산과 거대 도매시장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중국,미국,유럽 등으로 수출도하고, 동대문시장을 비롯해 전국의 액세서리 전문매장에 상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대도 쥬얼리 상가 번영회 문상운 회장의 말이다. 문회장은 ”대도 쥬얼리,남문액세서리,남정악세사리,쥬얼파크 등 15개 상가가 별도로 운영되면서도 서로 유기적으로 공존합니다. 남대문시장 전체의 경쟁력 또한 액세서리시장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라고 남대문 액세서리시장의 위상을 밝혔다.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 세계 액세서리산업은 필리핀이 저임금노동력과 내추럴 액세서리 등으로 주도했지만, 후반 들어서 우리의 타고난 손기술과 디자인 그리고 고퀄리티로 대한민국이 주도하게 되었다. 물론 지금은 중국의 저가 액세서리 공세가 거세지만 여전히 전 세계 액세서리 산업은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

남대문 액세서리상가에는 소매상들 뿐만 아니라 액세서리 매장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의 발길도 코로나 광풍속에서 이어지고 있다.
목걸이 제작에 필수 부자재인 체인은 최근 마스크를 걸 수 있는 액세서리 제작에 필수 아이템으로 매장관계자의 손길이 쉴 틈이 없을 정도다.

깨알 같은 액세서리 연결고리를 결합하며 마무리 작업을 한창하고 있는 액세서리 매장주 황나겸씨의 엄지손톱은 계속된 작업으로 인해 미세한 금이 가면서 망가져 있었다. “이 작업을 10년 넘게 하다 보니 지문도 다 없어졌다.”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손님을 응대하는 황씨는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라는 의미의 ‘비가나’라는 이름으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황씨는 핸드메이드를 기초로 귀걸이와 헤어밴드등 헤어악세사리를 최근 유행하는 레트로풍의 분위기에 따라 직접 디자인하여 생산하고 있다.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히며 수출이 급감했지만 다행히도 국내소비자의 발길이 끊기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사태로 세계경제의 주름이 깊어진 불황의 파고에 남대문시장의 액세서리 상가들도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코로나 이전 일일매출이 1백 5십만원을 웃돌던 매상이 지금은 하루에 오십만원도 채우기가 쉽지 않다고 부모에 이어 2대째 유리액세서리 부자재를 공급하고 있는 서광유리의 송화경사장은 한숨을 토해냈다. 코로나사태로 인한 매출감소로 새로운 신상품개발도 원활하지 못하다고 했다.

오후 늦은 시간. 매장에 손님의 발길이 잦아드는 시간, 그래도 매장주는 자리를 비울 수 없다. 유리악세사리 부자재 전문매장 '서광유리'의 송화경 사장이 매장에서 하루 마무리 작업을 하고있다.
유리 악세서리 부자재의 적용범위는 실로 다양하다. 반지, 목걸이는 기본이고 신발부터 헤어핀까지 다양하다.
액세서리를 보면 연예인과 셀럽들의 기호를 볼 수 있다. 그들이 선호하는 액세서리가 패션의 한 축을 떠 받치고 있는 것이다.

천만다행인 것은 철저한 코로나 방역대비로 지금까지 남대문 시장 전체뿐만 아니라 액세서리 매장에서도 단 한명의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루 수 천 수 만의 인구가 오가는 남대문시장으로서는 코로나 대처가 가장 급선무다. 수천 명에 달하는 액세서리 매장 종사자들 또한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작업을 하고 손님을 맞고 있다.

아직은 남대문시장이 코로나 이전과는 요원하다. 하지만 전통시장으로의 명성은 하루 아침에 쌓을 수도 없지만 그리 쉽게 잊혀질 수 없다. 그안에 악세사리 시장 역시 자리하고 있다.

30년 넘게 남대문시장의 액세서리 밸리를 지켜온 김영신(72) 사장은 “썩을 놈의 코로나가 너무 힘들어. 상상도 못할 일이야.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 올해 은퇴하려 했지만 물러나지도 못하고 있어! 지금에야 후회돼. 내가 왜 진작 그만두지 못했나 싶다.”고 코로나가 휩쓸고 있는 남대문시장의 경기침체를 원망했다.

피로가 몰려오는 오후 시간, 남문악세서리상가의 최고참 김영신 사장이 작업을 이어가는 가운데 상가운영회 문성환 회장이 찾아와 세상사를 이야기하며 응원을 하고 있다.

코로나가 여전히 시장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남대문 액세서리 상가의 상인들은 생존의 절박함으로 단단함을 채워넣고 여전히 그들의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수십년 역사의 대한민국 최대의 전통시장의 위상 속에서 코로나와의 거친 싸움을 해나가며 상인들은 공존과 혁신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긴 호흡으로 볼 때 남대문 액세서리상가 차원에서의 액세서리 디자이너 양성도 필요하다고 본다”며 코로나 이후의 상생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문회장은 액세서리상가를 찾는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고언도 잊지않았다.”기본적으로 남대문 액세서리상가는 도매와 수출 중심의 시장이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을 한 분 한 분 상대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우리는 우리의 액세서리 상가에서 대량구매를 하는 소규모 액세서리 자영업자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물론 액세서리상가를 방문해 다양한 액세서리를 아이쇼핑하는 것은 문제 될 것이 없지만, 실제 구매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을 이해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대신 ”상가 주변의 액세서리 독립매장에서 구매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고 액세서리 쇼핑노하우를 이야기하며 “무엇보다도 빨리 하늘길이 열려야 할 텐데”라며 잔뜩 찌푸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남대문의 액세서리 상가들의 폐장시간은 오후 5시다. 매장 관계자가 하루를 정리하고 있다. 오늘과는 다른 내일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