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가 일반 보험보다 저렴하다. 보험료 납입완료시점(예 10년) 이후 해지하면 돌려받는 돈(해지환급금)도 일반 보험보다 많다. 이렇게 좋은 상품이 있을까.
단, 함정이 있다. 만약 고객이 급전이 필요해 보험을 중간에 깨면 돌려받는 돈이 ‘0원’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을 유지 못 하고 중간에 깨 손해 보는 고객 돈으로 수익을 나눠주기 때문에 이런 상품이 설계 가능한 것이다. 요즘 보험시장에서 ‘뜨거운 감자’인 무해지(저해지) 환급형 보험 얘기다.
금융 당국은 무해지·저해지 보험이 보험료 납입완료시점 이후의 높은 환급률만 강조하며 판매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품 구조를 손보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무해지·저해지 보험의 보험료 납입완료시점 후 환급률을 일반 보험상품보다 높게 설계하지 못 하도록 하는 내용의 보험업 감독규정을 27일 입법예고했다.
◇중도해지하면 한 푼도 못 받는데 “적금보다 낫다”며 판매
무해지 보험이란 중도 해지 시 돌려받는 돈(해지환급금)이 없는 보험 상품을 말한다. 저해지 보험은 표준형 보험보다 환급률이 훨씬 낮은 상품을 뜻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중도 해지 시 손해가 커지는 셈이다.
대신 중도 해지하지 않는다면 동일한 보장범위를 누리고도 보험료가 20% 정도 저렴하다는 게 장점이다. 최근 보험사들은 무해지·저해지 보험을 주력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리스크를 감수하되 보험료를 아낄 수 있다는 무해지·저해지 보험의 컨셉 자체는 나쁘지 않다.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보험료 납입완료시점 이후 무해지·저해지 보험의 환급률이 일반 보험보다 높다는 점이다. 일부 보험설계사들은 이 같은 점을 내세워 “적금보다 낫다”며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완전 판매 소지가 있는 셈이다.
저해지·무해지 보험이 ‘싼 보험료로 동일한 보장을 누린다’는 이유가 아닌, 장기간 버티면 목돈을 돌려받는 저축성 보험처럼 판매되고 있다는 얘기다. 중도 해지하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충분히 안내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해지·저해지 보험 만기 환급률, 표준형 보험 이하로 규제
이에 금융 당국은 무해지·저해지 보험의 상품 설계를 규제하기로 했다.
우선 무해지·저해지 환급형 보험의 정의를 명확히 하기로 했다. 무해지 보험은 납입기간 중 중도해지 시 환급금이 없는 보험이다. 저해지 보험은 납입기간 중 중도해지 시 환급금이 표준형 보험 대비 50% 미만인 상품으로 정의했다.
금융 당국은 앞으로 이런 상품의 환급률을 표준형 보험 이하로 설계하도록 제한하기로 했다.
보험 상품 판매 시에는 표준형과 무해지·저해지 보험의 환급률을 비교·설명하도록 규정해뒀기 때문에, 앞으로 저축성 보험인 듯 판매하는 게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만기 이후 환급률이 낮아지는 데 따라, 무해지·저해지 보험의 보험료는 더욱 저렴해지게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무해지·저해지 보험이 저축성보험 대비 높은 환급률만을 강조해 판매되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소해 불완전판매 소지가 차단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이 같은 규정은 입법 예고(7월 28일~9월 7일)를 거쳐 빠르면 오는 10월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