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4일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 있는 미국 총영사관을 폐쇄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21일(현지 시각) 미국이 텍사스주(州) 휴스턴에 있는 중국 총영사관을 "72시간 내에 폐쇄하라"고 요구한 데 대해 반격에 나선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정오 "24일 오전 주중 미국 대사관에 청두 총영사관 설치 동의를 철회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청두 총영사관은 모든 업무와 활동을 중지해야 한다"고 했다. 폐쇄 기한에 대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외교는 대등 원칙"이라고 밝혀 미국과 같은 72시간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미국의 비이성적 행위(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폐쇄)에 대한 정당하고 필요한 대응"이라고 했다. 왕원빈 대변인은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 직원들이 중국 내정에 간섭하고 중국 안보 이익을 해쳤다"고 주장했다.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은 쓰촨, 시짱(西藏·티베트) 등 중국 서남부 5개 성·시를 담당한다.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 등 중국 서부 정보 수집의 거점으로도 알려졌다. 시짱과 신장은 2000년대까지도 민족 분규가 심했던 지역으로, 미국은 이 지역 소수민족의 인권 문제를 제기해왔다.
보복 조치를 했지만 중국도 확전은 원하지 않는 분위기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즉시 잘못된 관련 조치를 철회하고,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조건을 만들기 바란다"고 했다. 중국 환구시보는 청두 미국 총영사관을 택한 것은 "중·미 갈등을 관리·통제하겠다는 신호"라고 했다. 중국 외교학원 리하이둥(李海東) 교수는 "중국 내 미국 총영사관 가운데 청두 총영사관은 관할 범위가 비교적 작고,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했다. 미국이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이 지식재산권 절도 행위를 했다며 폐쇄를 요구했지만, 샌프란시스코·뉴욕 주재 중국 총영사관보다 상대적으로 폐쇄 부담이 적어 휴스턴 영사관을 택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는 11월 미국 대선이 다가오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추가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남중국해, 대만해협 등에서 우발 충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이 미국 총영사관 폐쇄를 발표하기 10시간 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중국을 프랑켄슈타인(시체로 만든 괴물)에 비유하고 더 강력한 대중(對中) 조치를 예고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23일 미 캘리포니아주 요바 린다에 있는 닉슨 대통령 도서관에서 한 연설을 통해 "닉슨 대통령은 중국 공산당을 세계로 끌어냄으로써 프랑켄슈타인을 창조한 것 아닌가 두렵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지금 우리를 보라"고 했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1972년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중국을 방문해 미·중 수교(1979년) 토대를 닦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서도 "시진핑"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라고 부르며 "파산한 전체주의 이데올로기의 진정한 신봉자"라고 했다. 중국 공산당에 대해 "불신하고 검증해야 한다"고도 했다. 냉전 시기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소련에 대해 했던 말이다. 그는 "자유를 사랑하는 나라들은 더 단호한 방식으로 중국이 변하도록 해야 한다"며 "뜻이 비슷한 국가들을 조직하고 새로운 민주 동맹을 만들 때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또 폭스뉴스 인터뷰에선 중국 총영사관 폐쇄 조치와 관련, "(중국의) 변화를 얻어낼 때까지 계속 해나갈 다른 많은 조치와 일관성을 갖는다"고 했다. 추가 행동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존 울리엇 대변인은 청두 미 총영사관 폐쇄에 대해 24일 성명을 통해 "중국 공산당은 '이에는 이' 식의 보복을 하지 말아야한다"며 "악의적인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반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4일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양심과 독립정신이 있는 모든 국가는 (미국의 반중) 대오에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