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게 약이 잘못 투여됐으면 보고하세요. 잘못 건네질 뻔했어도 다 보고하세요. 그러면 포상을 드릴게요."

의료진의 실수를 많이 실토하면 되레 상(賞)을 주겠다는 병원장의 기상천외한 지시. 이 지시로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알게 되면서 오류가 대거 줄었다. 병원장의 역발상이 환자 안전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킨 것이다.

외과 의사인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응진 원장은 수술실 입구 천장에 포근한 느낌을 주는 뭉게구름 하늘 사진을 걸었다. 수술을 받으러 오는 환자들이 불안감을 덜 느끼고 안정감을 갖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응진(외과 교수) 원장 이야기다. 이 병원은 최근 공개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환자경험 평가에서 서울 유명 대학병원들을 제치고 전국 1위를 차지했다. 환자경험 평가는 병원 입원 환자가 얼마나 만족하고 안전하게 치료받았다고 느끼는지를 보는 조사다. 올해는 300병상 이상 154개 종합병원 입원 환자 2만3924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신 원장은 "오류 보고를 칭찬하고 면책권을 주자 3년 전 한 해 환자 안전 관련 보고 건수가 600여건이었는데, 지난해엔 955건으로 늘었다"며 "이 과정에서 환자가 넘어질 뻔했던 사례 등 예전엔 쉬쉬하거나 지나쳤던 사소한 근접 오류(near miss)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됐고, 이에 대한 예방책을 만들고 실행하자 실제 오류와 안전사고가 확 줄었다"고 했다. 환자에게 피해가 간 오류가 2016년 60건이었는데, 지난해는 17건으로 줄었다. 약병 색깔과 모양이 비슷해 투약 오류가 생길 뻔했다는 보고에, 비슷한 색깔의 약병들에 각기 다른 색을 입혔다.

순천향대 부천병원의 병실과 복도는 다른 병원보다 유난히 밝다. 12억원을 들여 전 병동과 외래 조명을 LED로 교체했다. 병실 조도가 300럭스(lux)에서 1000럭스로 3배 이상으로 올랐다. 일반 병실 환자 침대도 높낮이가 조절되는 것으로 바꿨다. 신 원장은 "병원은 밝고 깨끗해야 환자 기분도 좋아지고, 회복도 빠르다"며 "리모델링 전 한 해 낙상 사고가 15건 정도였던 것이 2건으로 줄었다"고 했다.

입원 환자들의 최대 불만은 "의사 얼굴 보기 어렵다"이다. 회진도 의사 편의대로 불시에 돌아 환자 보호자들이 의사 만날 기회를 놓치기 일쑤. 이에 병원은 회진 예고제를 시행한다. 주치의 교수가 매일 회진 시간을 환자와 보호자 휴대폰에 알려준다. 병실에는 회진 때 의사에게 물어볼 것을 미리 적어 놓으라고 질문판을 비치했다. 병동 수간호사가 직접 병실을 돌며 환자들 불만을 듣는 '해피 라운딩'도 한다. 그 결과 의사 만족도가 전국 병원 1위, 간호사는 2위를 했다. 내과·외과·중환자의학과 등 각 분야 의사 10명으로 'BTS'(Best Team Safety·최고안전팀)를 꾸려서 매달 의료 행위와 서비스별로 오류 가능성을 체크하고, 개선 토의회를 갖는다.

신 원장은 병원 직원을 환자로 위장하고 입원시키기도 했다. '가짜 환자'에게 입원·수술·퇴원 전 과정을 동영상으로 찍도록 했다. 그러자 무심코 넘어갔던 환자 불편 사항들이 잡혔다. "수술받으러 가는 환자들은 관행적으로 침대 카트에 누워 수술실로 내려갔는데, 동영상을 보니 크고 작은 문턱이나 단차로 카트가 엄청 덜컹거리더라고요. 또 칙칙한 천장만 보면서 가니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진다는 것도 알게 됐죠."

이후 수술 환자는 휠체어로 앉아서 가도록 했다. 문턱도 없앴다. 수술실 입구 천장엔 환자가 불안감을 덜 느끼고 안정할 수 있게 대형 뭉게구름 하늘 사진을 걸었다. 신 원장은 "환자가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며 "서울의 대형 병원에 환자가 몰리는데, 치료 수준과 환자 안전·경험에서 우리가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