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구독 서비스 ‘월간 가슴’.

아침에 일어나 '먼슬리 코스메틱'에서 구독하는 샴푸로 머리를 감고 '톤28'에서 정기적으로 보내주는 스킨과 로션을 바른다. 이달 초 '월간 가슴'에서 받은 속옷을 입고, '미하이'에서 구독하는 양말을 신는다. 집을 나서면서 '파리바게뜨'에서 월간 구독권으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점심때 '버거킹'에서 구독 햄버거를 먹는다. 오후에 출출해지면 한 달에 한 번씩 배송이 오는 '스낵트립'의 해외 간식에다가 '보틀웍스'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춰서 정기적으로 보내주는 차를 마신다. 퇴근 후 집에 가면 '술담화'가 보내주는 이달의 전통주를 반주 삼아 저녁을 먹은 뒤, '필리'에서 구독하는 영양제를 먹고 잘 것이다.

구독(購讀)은 '사서 읽는다'는 뜻이다. 일간지, 주간지, 월간지 등 정기적으로 나오는 읽을거리를 때 되면 받아 읽는다는 얘기다. 이제 구독은 '일정 금액을 내고 정기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받는 것'을 의미하고, '구독경제'라는 유통 방식을 만들어냈다. 식료품, 샴푸, 면도기와 같은 생필품부터 술, 과자, 귀걸이 같은 기호품까지 구독한다. 마음만 먹으면 그야말로 '구독 인생'을 살 수 있다.

구독경제가 활성화된 것은 우선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버거킹은 지난 5월부터 한 달에 4900원을 내면 일주일에 한 번씩 '킹치킨버거'를 먹을 수 있다. 이 버거의 단가가 2900원이기 때문에 구독자는 6700원을 절약할 수 있다. 구독자로 인해 고정적인 매출이 생기기 때문에 버거킹에도 이득이다. 커피나 햄버거 구독은 매장을 가야 하지만 다른 구독경제는 대부분 배송으로 받는 방식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소비자들이 마트나 백화점 등을 가는 걸 꺼리면서 구독경제가 더 활성화됐다.

월간 가슴(속옷)이나 담화박스(술)처럼 구독자가 특정 상품을 지정할 수 없는 구독경제도 있다. 예를 들어 월간 가슴의 구독자는 구독료 1만5000원을 내고 온라인 설문에 응답하면 한 달에 한 번 사이즈와 취향에 맞춘 속옷을 받는다. 자신의 속옷이 하얀색인지 빨간색인지는 상품을 받아봐야 안다. 월간 가슴을 구독하는 이예빈(24)씨는 "시중에서 파는 속옷보다 싸고 가게를 다니면서 속옷을 고르는 시간도 아낄 수 있어서 구독을 시작했다. 마음에 안 드는 속옷이 올까 봐 걱정하기보다는 이번에는 어떤 속옷이 올지 기대하는 마음이 훨씬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