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만으로 문제해결… 셀프 클로징 성능 대폭 향상

고도의 AI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종종 기계와의 커뮤니케이션에 답답함을 느낀다. 기존에 학습된 데이터가 아닌 낯선 정보가 기계에 입력되는 순간, 기계는 오류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아무리 성능이 좋은 AI 서비스를 구축해도 '인간' 상담원과 연결할 수 있는 채널을 따로 만들어 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AI 상담 서비스의 품질은 고객들이 상담원을 찾지 않고 기계와의 소통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이를 영어로는 '셀프 클로징(Self-Closing·자체 완료)'이라고 한다.

지난해 현대카드가 카드업계 최초로 도입한 ‘인공지능-자동응답 시스템(AI-ARS)’이 고객들의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 내고 있다.

현대카드가 지난해 'AI-ARS'를 도입한 이후 전체 상담 건수에서 셀프 클로징이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2019년 1월의 경우, 전체 상담 건수 309건 중 약 25%인 79건만이 셀프 클로징을 통해 상담이 종료됐다. 약 1년이 지난 2019년 12월의 셀프 클로징 누적 건수는 전체 9만8000건의 중 약 56%인 5만4000건을 기록했다. 그리고 2020년 6월, 셀프 클로징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3만7000건의 상담 중 63%인 2만3000건에 달한다. 2019년에 비해 약 2.5배 증가한 수치다.

◇AI가 주도적으로 대화 유도… 효율적인 서비스 위한 진화

이렇게 비약적으로 'AI-ARS' 서비스가 향상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개별 고객들의 특성을 분석해 요구 사항을 미리 파악한 뒤, 상담 과정에서 요청한 부분이 신속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고도화 시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선결제를 많이 사용하는 고객이라면 'AI-ARS'는 먼저 "전화를 건 이유가 선결제 때문이냐"고 묻는다. AI가 주도적으로 질문해야 신속하고 정확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질문을 만들기 위해 고객과의 대화 일지(로그)를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분석하여 불필요한 질문을 최대한 줄였다.

뿐만 아니라 현대카드는 'AI-ARS' 서비스에 활용되는 프로그램의 자연어(인간이 일상생활에서 의사 소통을 위해 사용하는 언어) 처리 능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켰다. 처음에는 '선결제'라는 말만 알아듣다가 이제는 '즉시 결제' '임의 결제'라는 유사어부터 사투리까지 파악하고 처리하는 능력을 갖췄다. 상담 업무를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계속 훈련시켜온 결과다.

◇AI가 스스로 전화를… 디지털 트랜드 선도하는 현대카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신용카드에 도입된 'AI-ARS' 시스템은 수동적이었다. 선결제나 한도 확인, 비밀번호 변경과 같은 비교적 단순한 고객의 요청사항을 처리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제 AI가 직접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업무를 처리하는 시대가 열렸다. 현대카드가 '세이브오토(Save Auto)' 상품을 신청한 고객들에게 'AI-ARS'로 가입여부를 확인하고 안내사항을 공지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는 파일럿 단계라 일부 고객에게만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곧 모든 고객들이 현대카드로 현대·기아차를 구매할 때 어떻게 할인을 받을 수 있는지 'AI-ARS'로 설명을 들을 수 있게 된다.

AI를 바탕으로 한 현대카드의 개인 맞춤형 서비스는 오래 전부터 계속돼 왔다. 2017년 출시된 챗봇 버디를 계속 발전시켜 카드 이용 관련 상담 및 생활 편의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올해 상반기에는 '현대카드 소비케어 by Personetics'를 론칭해 개인별 소비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AI가 단순한 기술에 머물지 않고, 고객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친구로 자리매김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