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수 4만2000여명의 페이스북 그룹 '임은정 검사를 지지하는 모임'.

회원 수 4만2000여명의 페이스북 그룹 ‘임은정 검사를 지지하는 모임’에 최근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의 성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담은 글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이 그룹은 ‘알량한 권위보다 정의를 택한 임은정 검사!’를 지지하기 위해 모였다고 모임 취지를 밝히고 있다.

20일 이 그룹 ‘토론’ 게시판에서 한 회원은 안 전 지사의 성범죄 피해자 김지은씨의 얼굴과 그가 낸 책 ‘김지은입니다’의 사진이 올라온 게시글을 공유했다. “참으로 한심한 여자. 안 전 지사는 지금 법의 처벌을 받고 있고, (책을 낸 것은) 그 가족들에게 2차 가해, 즉 정신적 피해를 가중시키는 행위”라는 글도 적혔다.

이 게시글에는 각종 욕설과 함께 ‘남의 남자 후리는 방법이라도 지어냈어?’ ‘수치를 모르는 여자’ ‘정신병 관심종자 꽃뱀’ 등의 김씨를 향한 악플 200여개가 달렸다.

지난 14일에는 박 전 시장이 러닝셔츠 차림으로 있는 사진 4장과 함께 ‘50대 이상에게 흔하디흔한 패션. 소탈하다 못해 귀엽기까지 한걸’이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박 전 시장 피해자 측에서 “그가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을 통해 속옷 차림 사진을 보냈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히자, 그 속옷 차림이 러닝셔츠 차림인 것으로 단정하고 박 전 시장을 두둔하고 나선 것이다.

이 글에는 ‘못된 돈 몇십억 받아먹고 미인계 프락치 했는지 두고 보자’ ‘중국 가면 남자들 다 웃통 까고 다니는데 저기에 성 수치심을 느끼다니’ ‘나이 든 남성이 젊은 여성 손잡거나 어깨에라도 손 올리면 성범죄인 세상!’ 등 피해자를 비난하는 댓글 30여개가 달렸다. 이 그룹에는 이 같은 내용의 게시글이 최근 매일 3~6여개씩 꾸준히 공유되고 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임 검사가 박 전 시장 등 사건에 침묵하는 이유가 지지자들 때문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임 검사는 2018년 2월 “과거 부장검사가 회식이 끝나고 저를 성추행했다” 등 검찰 내부에서 일어난 여러 성추행 의혹을 폭로하며 서지현 검사와 함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이끌어간 인물이다.

하지만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임 검사는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생업이 바쁘기도 하려니와 제 직(職)과 제 말의 무게를 알고 얼마나 공격받을지는 경험으로 더욱 잘 알기에 아는 만큼 필요 최소한으로 말하려 한다”고 침묵하는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