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지난 16일 대법원 ‘무죄’ 취지 파기환송 선고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역시 엘케이비(LKB)”라는 말이 나왔다.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이 지사의 원심에 대해 대법원이 전부 무죄 취지로 판단하면서, 이 지사는 도지사직 박탈 위기에서 여권의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올랐다.

이상훈·이홍훈 전 대법관, 송두환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이 참여한 이 지사의 대법원 상고심 변호인단은 ‘초호화 변호인단’으로 회자됐지만 그중에서도 핵심은 LKB였다는 평가가 법조계 중론이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이재명, 김경수, 조국, 전병헌…與 재판에는 LKB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모임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로,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이광범(사법연수원 16기) 변호사가 설립한 LKB는 문재인 정부 들어 여권 유력 인사들의 변호를 싹쓸이하며 급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LKB는 조국 전 장관 부부의 입시비리·사모펀드 사건과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사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등 현 정부 인사 관련 사건을 대부분 변호하고 있다.

주요 사건에서는 이광범 변호사를 비롯해 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들이 전면에 나서 변호를 맡고 있다. 이 지사 사건에서 주축으로 활동한 판사 출신 김종근(연수원 18기) 변호사는 조 전 장관 부부 변호도 맡고 있다. 김 변호사는 이 지사와 연수원 동기, 조 전 장관과는 서울대 법대 동문이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사건도 이광범 변호사가 직접 변호하고 있다. 1심에선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5년을 받았지만 최근 2심에선 집행유예로 감형된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변호도 이 변호사가 맡았다.

이광범 변호사


◇"실력 입소문", "전관예우 특혜 아닌가" 평가 갈리기도
법조계에서는 LKB의 성장 배경으로 이광범 변호사의 인적 네트워크를 꼽기도 한다. 그는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특검을 맡는 등 여권 인사들과 교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현재 법원의 '주류'로 평가받는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의 전관 변호사들이 다수 영입된 것도 LKB의 강점으로 꼽힌다.

이런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여권 핵심 인사 관련 사건이 몰리고 주요 사건에서 LKB가 성과를 내면서 다른 사건까지 덩달아 몰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의뢰인 입장에서는 여권 핵심 인사 사건을 많이 맡는 LKB에 기대감을 갖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지난 1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LKB에 변호를 맡겼다. 마약투약, 특수강간, 감금폭행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형을 선고받은 ‘웹하드 카르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도 최근 항소심 재판에서 LKB를 새로 선임했다.

이를 두고 검찰 일각에서는 “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 위주로 전관예우 특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온다. 여권 인사 관련 사건을 제외하고도 LKB가 굵직한 사건을 여럿 수임했지만 결국 그 배경은 현 정부와의 친분, 판사 출신 전관이 아니냐는 것이다.

한편 지난 4월 이광범 변호사는 LKB 법인 등기의 대표 변호사 명단에서 빠졌다. 이를 두고 곧 출범을 앞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 변호사와 함께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용구 전 법무부 법무실장도 LKB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