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자산운용’의 설립자로 여권 인사의 비호 아래 해외 도피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혁진(53)씨가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당일 청와대를 방문했다는 증언이 14일 나왔다. 그는 70억대 횡령 및 성범죄, 상해 혐의 등 5개 수사 대상에 올랐지만 미국에서 식음료 사업을 하며 귀국하지 않고 있다.
◇대선 당일 靑 등장 "종석이 형과 친하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인수위가 없는 상태에서 취임해 곧바로 청와대로 들어갔다. 조해진 미래통합당 의원실에 따르면 이씨는 이날 오후 청와대를 찾아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여민관(與民館) 입구인 '연풍문'을 방문해 박근혜 정부 청와대 소속 A씨를 30여분간 만났다고 한다.
A씨는 본지 통화에서 “점심 시간이 끝나고 (평소 알고 지내던) 이씨가 전화가 와 ‘청와대인데 차나 한잔 하자’고 해 연풍문 2층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며 “‘청와대엔 왜 왔느냐’고 물으니 이씨가 웃으면서 ‘(내가) 종석이 형(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랑 친하잖나’라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이씨와 임 전 실장은 한양대 동문이다.
외부 방문객을 맞는 연풍문 2층은 평소 일반인들에게 개방돼 있다. 그러나 여권 관계자는 “이날은 문 대통령이 취임한 날이라 일반인이 연풍문까지 들어오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했다.
이씨가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는 국립 서울현충원 참배,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선서 등을 마친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 도착(오후 1시10분)했을 즈음이었다고 한다. A씨는 “(이씨가) 임 전 실장을 만나러 온 것 아닐까 생각했다”며 “다만 실제 둘이 만났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야당은 이씨가 2012년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현재 더불어민주당) 서울 서초갑 후보에 전략 공천되고, 2018년 5건의 검찰 수사를 받다가 해외로 도피한 것을 두고 “임 전 실장과의 친분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조해진 의원은 “이씨가 최근 잇따라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임 전 실장과 친분이 없다’고 해왔던 것과 배치되는 정황”이라고 했다.
그러나 임 전 실장 측은 “당시 바쁜 상황에서 두 사람이 만났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청와대 전체 시스템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며 “연풍문은 청와대 외부로 아무나 오는 곳”이라고 반박했다.
◇檢 이혁진 위치 파악하고도 신병 확보 안해
한편 5000억원대 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는 최근 이씨의 행방을 파악했지만 신병 확보 절차는 밟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는 환매 중단 이전 경영진에서 물러난 만큼 현재까지 (이번 사건과) 직접적 연관은 없는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중앙지검 수사팀은 이씨의 횡령, 상해, 성범죄 등 4건의 사건을 수사했던 수원지검의 사건 기록 전체를 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씨에 대해) 범죄인 인도 및 인터폴 수배 요청을 하지 않는 것은 제기된 의혹을 수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비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