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자국민을 대상으로 최대 5년간 북극권 토지 이용권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갈수록 줄어드는 북극권 인구 감소를 막고, 미래 북극 개발의 토대를 유지하겠다는 구상이다.
20일 러시아 일간지 코메르산트와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러시아 북극·극동개발부는 16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북극 헥타르’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북극 헥타르’ 계획이란 러시아 정부가 신청자에 한해 자국민에 1헥타르(100m×100m)의 북극권 대지를 공짜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북극 인프라 개발 정책의 일환으로 2021년 6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 계획은 러시아 천연자원환경부가 법안으로 마련해 의회와 대통령의 승인만을 남겨놓고 있다.
러시아 최북서단 무르만스크주(州)를 비롯 네네츠·야말네네츠 자치구와 기타 23개 소도시 등 극동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북극권 토지가 그 대상이다. 총 면적은 110만㎢에 달한다. 토지 이용권을 할당 받은 개인은 자신의 구상에 따라 집을 짓거나 관광 등 상업적 목적으로 토지를 활용할 수 있다. 농사를 지어도 된다. 시행 6개월간은 북극권 거주민들에게 신청 기회를 우선 제공하고, 이후부턴 모든 국민에 신청 기회가 확대된다. 이용 기한이 지나면 토지를 구매하거나 49년 장기로 빌릴 수 있다.
‘북극 헥타르’ 계획은 북극권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러시아 북극권 인구는 1990년대 초 977만여명에서 계속 감소해 2016년엔 780만여명으로 줄었다. 그마저도 90%가 무르만스크·노릴스크·아르한겔스크 등 제법 규모가 큰 도시에 몰려있어 나머지 지역은 개발이 더디다. 안드레이 치비스 무르만스크주 주지사는 “이 계획은 북극권에 경제 활력을 불어넣고 새 주민을 유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2016년부터 극동 지역에서도 ‘극동 헥타르’ 계획이라는 유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낙후된 극동 지역의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극동 지역 땅 1헥타르에 대한 이용권을 무상으로 5년간 제공하는 계획이다. 그러나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 계획의 신청 인원은 8만3000명으로 저조하다. 도시와 멀리 떨어진 토지가 대상이라 쓸모가 적었기 때문이다. ‘북극 헥타르’는 이와 달리 도시 근교에도 토지를 할당받을 수 있게 했다.
북극 일대엔 석유 약 900억 배럴(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15%)이 매장돼 있고 극동과 유럽을 연결하는 가장 짧은 바닷길인 북극 항로가 열리고 있다. 이에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극 자원 개발과 북극 항로 개척을 위해 북극 인프라 개발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여겨왔다. 러시아는 2015년 북극사령부를 개설하고, 2017년 북극 전담 4개의 특수부대를 창설하는 등 일찌감치 북극 지역에서의 군사적 영향력을 키워왔다. 또 북극 자원 탐사·항로 개척 등을 위해 쇄빙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 2017년 미 해안경비대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는 쇄빙선 46척을 운용 중이다. 2척뿐인 미국에 월등히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