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이 둘로 쪼개졌다. 재건축의 마지막 절차인 ‘동호수 추첨’을 앞두고 전용 84㎡(34평형)·전용 96㎡(38평형)를 신청한 조합원들과 나머지 조합원들의 이해가 상충한 탓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개포주공1단지 조합은 지난 15일 진행할 예정이었던 조합원 동호수 추첨을 무기한 연기했다.

동호수 추첨이 미뤄진 가장 큰 이유는 ‘1층 특화’ 여부를 둘러싼 조합원 내부 갈등으로 알려졌다. 재건축 이후 들어설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는 전용 △34㎡ △49㎡ △59㎡ △84㎡ △96㎡ △112㎡ △132㎡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84㎡와 96㎡는 조합원들이 100% 분양받아 일반분양 물량이 없다. 즉, 위 두 평형에 속한 1층 매물은 자동으로 조합원에게 배정된다. 전용 84㎡ 93명, 96㎡ 18명 등 총 111명의 조합원이 1층에 배정받게 된다.

전용 84·96㎡ 평형을 신청한 조합원 등 약 1000여명은 동호수 추첨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고층보다 집값이 싼 1층에 배정될 조합원은 추첨운으로 손해를 보기 때문에 1층 특화안을 도입해야 하고 △동호수 추첨 이후엔 1층에 당첨자 111명만의 불만으로 한정되기 때문에 특화안 확정이 동호수 추첨보다 선행돼야 한다며 연기를 주장했다.

이들은 또 △1층 신청자에게 추가분담금을 추가로 줄여줘 가급적 희망자에게 배정하자는 주장도 하고 있다. 조합 측은 앞선 지난달 로열층 대비 약 1억5000만원가량 저렴하게 1층 우선 배정에 나섰지만, 신청자가 6명에 불과해 총 105개의 1층 매물이 남았다. 개포주공1단지 조합의 A 이사는 "1층 분양가를 2억~3억원으로 더 낮춰주고 희망자를 받는 게 옳은 방식 아니겠느냐"고 했다.

반면 112·132㎡ 등 나머지 평형을 신청한 조합원 상당수는 동호수 추첨이 미뤄진 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1층 특화를 하거나 1층 분양가를 더 낮춰주면 추가분담금 상승이 필연적인데, 다른 조합원에게 손해이며 △빠른 사업 진행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호수 추첨은 운으로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 조합원 사이 갈등이 잦은 절차 중 하나다. 동호수 추첨 방식은 법으로 정해지지 않아 조합이 정하기 나름이다. 만약 재건축할 아파트가 5층 정도로 저층이라면 단순 무작위 추첨을 하는 경우가 많다. 기존 아파트가 1층이든 5층이든 집값 차이가 크지 않아서다.

반면 기존 아파트가 15층 정도 중층이라면 같은 평형이더라도 1층과 15층의 집값 차이가 발생한다. 이런 단지들은 이른바 ‘수평이동’이라 불리는 방식의 추첨이 일반적이다. 기존 아파트를 층수별로 군(郡)으로 나누고, 같은 군 안에서 동호수를 추첨하는 방식이다. 기존 저층 조합원은 새 아파트 저층에, 기존 중층 조합원은 새 아파트 중층에, 기존 고층 조합원은 새 아파트의 고층에 배정되는 방식이다.

기존 아파트의 향(向)이나 조망권까지 고려해 동호수 배정을 하는 방법도 있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래미안첼리투스(렉스아파트 재건축)는 기존 아파트의 층수에 더해 향과 조망권까지 감정평가를 해 군을 무려 10개로 나눴다. 신축 아파트도 마찬가지로 층수와 향, 조망권 등을 기준으로 10개 군으로 나눠 동호수 추첨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