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다음 학생!"
이달 초 대구의 한 고등학교. 고 3 학생들이 사진사의 지시에 따라 차례로 마스크를 잠시 벗고 카메라 앞에 섰다. 이날은 졸업앨범에 들어갈 사진을 촬영하는 날이었다. 학생들은 앞 친구와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자신의 순서를 기다렸다. 왁자지껄 떠들고 웃는 소리 대신 '찰칵'하는 셔터음만 교실을 채웠다. 학생들은 독사진만 찍고 다시 일렬로 줄지어 교실로 향했다.
이모(18)양은 "다 같이 사진을 찍지 못해 아쉽다"면서 "2학기에라도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져 친구들과 단체 사진을 찍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초·중·고교 졸업사진 촬영 풍경이 달라졌다. 식물원이나 테마파크 등 교외로 나가 단체로 사진을 찍는 풍경은 옛일이 됐다. 대신 교내에서 학생 간 밀집도를 최소화해 추억을 남긴다.
특히 독사진만 찍는 학교가 많아졌다. 전국 학교의 졸업앨범 제작·공급 업자들로 이뤄진 한국사진앨범인쇄협동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요즘에는 학생 간 거리 두기가 이뤄질 수 있게 되도록 넓은 강당에서 촬영을 하고 사진 찍기 전 손 소독, 발열 검사를 꼭 한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형, 모자 같은 촬영 소품과 빗도 촬영장에 두지 않는다"면서 "촬영에 필요한 물건은 각자 가져와 사용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 단체 사진을 찍는 것도 새로운 풍경이다. 시대상을 반영하려는 목적이다. 교복 외 자유복 촬영이 있는 학교의 졸업앨범을 보면 보통 그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평창 동계올림픽과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에는 스켈레톤 국가대표 윤성빈 등 금메달리스트나 남북 정상 분장을 하고 졸업사진을 찍는 학생이 많았다.
지난달 졸업사진을 찍었다는 이유림(18·경기 안산)양은 "마스크를 벗고 단체 사진을 찍더라도 학교에서 촬영 직전과 직후에 방역 지침을 철저하게 지키도록 했다"며 "학년 전체가 아니라 한두 반씩 운동장에 나오는 식으로 많은 학생이 한꺼번에 모이는 일도 막았다"고 전했다.
반면 졸업사진 촬영에 부정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학부모 커뮤니티에는 "코로나19 사태로 떠들썩한 상황에서 앨범을 만드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학교에 항의전화를 했다는 글도 올라온다. 일부 학교에서 거리 두기나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도 주된 이유로 꼽힌다. 경기 안산에 거주하는 박모(18)양은 "얼굴에 자국이 남거나 화장이 지워질까 봐 대부분의 친구가 촬영 전부터 마스크를 벗고 있었다"며 "선생님들도 평상시와 달리 학생들을 크게 제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