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아들이 강직성 척추염으로 병역 면제를 받았지만, 그 뒤 2개월 후 카트레이싱을 타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을 부르고 있다. 군대도 못 갈 정도의 척추질환인데, 자연스럽게 레이싱 스포츠를 즐길 정도니, 병역 면제 과정이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 장관 후보자 아들은 맥주가 담긴 박스도 힘들지 않게 들고 다니는 행동도 보였다. 과연 강직성 척추염 병역 면제자가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 지, 의학적으로 짚어봤다.

◇강직성 척추염이란?

척추뼈를 둘러싼 인대의 염증으로 인대가 딱딱해져서 척추 관절이 굳고 뻣뻣해지는 병이다. 강직성이라는 이름도 그래서 붙었다. 심해지면 척추뼈와 척추뼈 간의 마디 구분이 사라지고 척추뼈 위·아래로 연결된 인대가 굳어져 엑스레이로 척추를 찍으면 마치 대나무처럼 보인다고 하여 ‘뱀부 스파인’(bamboo spine·대나무 척추)으로 불린다.

발생 원인은 정확히 잘 모르나, 유전자 요인이 작용하는 자가면역성질환으로 파악되고 있다. 주로 10대 후반에 생기기 시작한다. 남자에게 많다. 강직성 척추염 환자의 약 90%에서 HLA-B27이라는 특정 유전자를 갖고 있다. 한국인은 발병 여부와 상관없이 약 5%에서 이 유전자를 갖고 있다. 자가면역질환은 자기 면역세포가 자기 세포를 공격하여 염증을 일으키는 경우를 말한다. 류머티스 관절염이 대표적이다. 해서, 강직성 척추염도 대개 류머티스 내과에서 치료를 받는다.

관절이 굳은 염증은 거의 모두 엉덩이뼈와 맨아래 척추뼈가 만나는 천장관절에서 시작한다. 그것으로 허리 아래와 엉치뼈 통증을 느낀다. 낮보다 밤이나 자고 일어났을 때 더 아프다. 군대 입대한 장병 중에 엉치뼈 통증을 호소하다가 뒤늦게 강직성 척추염으로 진단되는 이들도 있다. 염증이 심하면 점점 위로 올라가 허리 척추, 가슴 척추 관절을 부식시키고, 뻣뻣하게 만든다. 아주 심하면 목 척추가 뻣뻣해지고 꺽이어 고개가 아래로 박힌채 굳는다. 선 자세로는 평생 하늘을 못 보고 지낼 수 있다.

천장관절이 부식되고 굳어서 유착이 보이면 병역 면제 기준이 된다. 위·아래 척추뼈를 잇는 인대가 딱딱해진 소견이 보여도 면제다. 이 상태서 과격한 군사 훈련이나 무거운 배낭을 맨 채 걷는 행동을 하면 병세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평생 염증 치료를 받아야 할 난치성 질환이기도 하다. 근본적으로 강직성 척추염을 없애지는 못 한다. 약물로 증상 개선 염증 치료를 받는다.

척추 질환으로 군 면제를 받은 뒤 카트레이싱을 하는 모습이 공개돼 논란을 빚은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아들.

◇이 장관 후보 아들의 행동 가능한가?

이 장관 후보의 아들은 2016년 병역 면제를 받은 지 2개월 후에 카트레이싱을 즐겼다. 군대를 못 갈 정도라며 그럴 수 있느냐는 의혹이 나온다. 카트레이싱을 타려면 양반다리처럼 앉아야 한다. 엉덩이와 척추뼈를 잇는 천장 관절이 굳었는데, 이 자세가 가능할까. 양반다리 자세는 엉덩이와 허벅지뼈 대퇴골이 만나는 고관절이 괜찮으면 가능하다. 강직성 척추염은 천장관절 질병이기에 양반다리 자세는 가능하다.

하지만 이 자세로 통증이 있을 수 있다. 약물로 통증이 조절 된다면 카트레이싱을 하는데 문제는 없다. 류머티스 전문의들은 “병역 면제 2개월 후건 면제 당시건, 통증과 움직임 정도는 약물로 얼마나 그런 증상이 조절되는 지에 달렸다”며 “환자의 행동만으로 질병 상태를 추측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쉴 때보다 움직이면 통증이 줄 수 있어서 가벼운 운동을 권하기도 한다.

이 장관 후보 아들의 병역 면제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는 이제라도 확인할 수 있다. 병역 심사 과정에 제출된 엑스레이와 CT 또는 MRI에 천장관절 부식이나 침식소견이 있는 지를 보면 된다. 인대가 딱딱해져 굳어진 상태는 약물 치료를 받아도 잘 사라지지 않는다. 최근 엑스레이 사진에서도 천장관절에 그런 소견이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병역 면제 심사 당시 6개월 이상 약물 치료를 받았다는 기록과 HLA-B27 유전자 검사 결과도 있어야 한다.

척추 질환으로 군 면제를 받은 뒤 카트레이싱을 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드는 모습이 공개돼 논란을 빚은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