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서동 ‘청국장과 보리밥’의 대표 메뉴인 청국장과 보리밥.

"입만 가지고 평생 먹고살았다"고 자부하는 남자는 어디서 밥 먹을까. 현역 최고령 캐스터로 '축구계의 송해'라고도 하는 송재익(78·사진) 아나운서를 이 코너에 섭외한 이유다. 스포츠 중계로 50년간 전국을 누볐기에 지방 맛집도 속속들이 알 거라 짐작도 했다.

처음 "단골 식당을 소개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송 아나운서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술도 거의 마시지 않고 사람들과 많이 어울리지도 않고 단조롭게 살거든요. 그래서 미식·맛집 같은 쪽으로는 머리가 안 돌아가요."

"화려하고 값비싼 고급 음식점이 아니라 소박하고 맛있는 식당을 소개하는 게 이 코너의 취지"라고 거듭 설득하자 "허름하고 서민적인 곳도 된다면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사흘 뒤 다시 연락했을 때 그는 마치 축구 중계하듯 평소 즐겨 찾는 맛집을 줄줄이 소개하고 능수능란하게 설명했다. 식당이 눈앞에 그려지고 음식 맛이 입안에서 느껴지는 듯했다. 평생 입으로 산 남자다웠다.

청국장과 보리밥

"서울 수서동 한옥마을에 있는 청국장 집이에요. 평일 점심은 대개 아내와 먹는데 이 집에 자주 갑니다. 청국장도 구수하면서 진해 맛있지만 비지찌개, 계란말이 등 서비스가 푸짐하게 나와서 기분이 좋아요."

송 아나운서 부부처럼 단골 손님이 많다. 서비스도 서비스지만, 손님 건강을 생각해 좋은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 특히 애쓴다. 대표 메뉴인 청국장과 보리밥은 유기농 콩과 보리로 만든다. 다른 반찬은 비용 때문에 유기농은 아니지만 매일 새벽 가락시장에서 장 봐다가 요리한다.

청국장과 보리밥 9000원, 자연채 쌈정식 1만4000원, 떡갈비 정식 1만4000원, 김치 부꾸미 7000원. 서울 강남구 광평로46길 5-5

88생선구이

"바닷가에 가면 생선을 회나 매운탕보다 구이로 먹기를 좋아해요. 평소 즐기는 캠핑 갔을 때는 꾸덕꾸덕 말린 반건조 생선을 구워 먹지요. 강원도 속초로 여행 가면 이 생선구이 전문점을 꼭 가죠."

생선구이로는 강원도 아니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점으로 꼽힌다. 고등어, 꽁치, 도루묵, 오징어, 삼치, 가자미 등 그때그때 다른 해산물 8가지를 숯불에 종업원들이 능숙한 솜씨로 구워준다. 가정에서 흔히 구워 먹는 고등어도 '같은 생선 맞나' 싶을 정도로 맛있다.

생선모둠구이정식 1만5000원. 강원 속초시 중앙부두길 71

한국관

"제가 제일 바빴을 때가 2002년 월드컵 때잖아요. 전주에서도 게임이 있었어요. 전주 하면 비빔밥이잖우. 그래서 이 식당을 찾아갔는데, 주인이 '축구 중계하느라 기(氣·애) 많이 쓴다. 잘 먹고 가시라'며 주문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음식을 내주셔서 감사하게 먹은 기억이 나네요."

전주 비빔밥의 명가이자 올해로 49주년을 맞은 노포(老鋪). 사골 육수로 지은 밥을 콩나물에 비벼 그릇에 담고 각종 나물을 얹은 뒤 황포묵 고명으로 화룡점정 한다. 한국은 채식주의자가 먹을 음식이 의외로 마땅찮다는 점에서 이 집의 야채비빔밥이 특히 반갑다.

육회비빔밥 1만4000원, 놋그릇비빔밥 1만3000원, 돌그릇비빔밥 1만2000원, 인삼비빔밥 1만5000원, 야채비빔밥 1만2000원. 전북 전주시 덕진구 기린대로 425

정든집

"음식이 엄청 다양하게 나오는데 하나하나 다 맛있어요. 그중에서 저는 '빼떼기죽'을 특히 좋아해요. 통영 욕지도 등 그쪽 지방이 유명한 게 빼떼기(생으로 또는 삶아서 얇게 썰어 말린 고구마)거든. 빼떼기죽은 그 빼떼기를 넣고 끓인 죽이고. 이걸 두 종지씩 먹어요."

생선회, 문어숙회, 가오리찜, 돼지 삼겹살 수육, 생선구이, 해물 된장찌개 등 음식 가짓수는 한정식인데 1인당 1만원(3인 이상 주문할 때)으로 백반집 수준이다. 특별한 기교를 부리거나 대단한 솜씨는 아니나 질 좋은 재료 자체의 맛이 그대로 드러난다. 경남 고성에서 통영 넘어가는 길목에 있다.

한정식 1만1000원(2인)·1만원(3인 이상), 장어구이 한정식 1만8000원(2인)·1만7000원(3인 이상). 2인분 이상만 주문받는다. 경남 고성군 고성읍 남해안대로 2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