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면 파리나 꿀벌에 카메라를 달고 적진으로 날려 정찰하는 장면이 나온다. 누군가 파리채를 휘두르지만 않으면 사무실에 편히 앉아서 마음대로 적진 내부를 살펴볼 수 있다. 이제 영화가 현실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 과학자들이 사상 최초로 곤충의 등에 무선 카메라를 달고 실제 영상을 얻는 데 성공한 것이다.

미국 워싱턴대의 시암 골라코타 교수 연구진은 15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곤충의 눈으로 파노라마식 영상을 제공할 수 있는 초소형 무선 카메라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개발한 시스템은 카메라와 로봇팔, 전지, 통신용 칩 등으로 구성된다. 전체 무게는 0.248g에 불과하다. 연구진은 이 장치를 딱정벌레 등에 붙이고 주차장에 풀었다. 그러자 120m 떨어진 스마트폰에 곤충의 눈으로 바라본 주차장 전경이 전송됐다. 영상은 흑백이며 해상도는 10만 픽셀이다.

카메라 방향도 무선으로 조종 가능

과거에도 곤충 등에 카메라를 장착하는 연구가 진행됐다. 하지만 전지 무게 때문에 전선을 달아 전력을 공급했다. 그로 인해 실험실 밖에서 쓸 수 없었다. 이번 장치는 초소형 전지와 블루투스 칩 덕분에 전선 없이도 영상을 찍고 전송할 수 있다.

무선 카메라를 등에 장착한 딱정벌레가 주차장을 이동하면서 촬영한 파노라마 영상(아래). 카메라가 15도씩 방향을 틀면서 찍은 사진을 이어 붙여 60도 시야의 파노라마 영상을 만들었다. 카메라는 압전 소자를 이용해 곤충 움직임과 상관없이 좌우로 움직일 수 있다.

카메라 앵글도 원격 조종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방향을 지시하면 카메라를 좌우로 움직일 수 있다. 이는 전류가 흐르면 형태가 변하는 압전(壓電) 소자가 맡았다. 압전 소자가 오른쪽으로 휘면 그 끝에 철사로 매달린 카메라가 제자리를 지키려고 하면서 자연 왼쪽을 향한다. 압전 소자가 왼쪽으로 휘면 카메라는 오른쪽을 본다.

카메라 방향 전환은 실제 곤충에서 영감을 얻었다. 곤충은 몸통은 움직이지 않고 머리만 옮겨 에너지 소모를 줄이면서 주변 상황을 감지한다. 연구진은 마찬가지로 전체 시스템을 움직이면 에너지 소비가 크다고 보고 카메라만 소량의 전기로 움직이는 방법을 찾았다. 카메라는 초당 5장씩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그 사이 한 번에 15도씩 카메라를 틀어 60도 시야의 영상을 만들어냈다.

또 가속도계 센서는 곤충이 움직이는 것을 감지해 그때만 카메라를 작동하도록 했다. 덕분에 한 자리에서 계속 같은 장면을 찍느라 전력을 소비하지 않아도 된다. 연구진은 곤충 등에 단 카메라 장치는 에너지 절감 기술 덕분에 6시간까지 작동됐다고 밝혔다.

곤충 피해 안 주고 정찰 로봇화 가능

과거에는 곤충 자체를 사이보그로 만들어 원하는 방향대로 조종하려고 시도했다. 2017년 싱가포르 난양공대 연구진은 딱정벌레의 더듬이에 전기 자극을 줘서 방향을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를 이용하면 곤충을 움직이지 않고 카메라만 틀어 원하는 곳을 볼 수 있다. 곤충 한 마리로 시야가 안 나오면 여러 마리를 동시에 풀면 된다.

워싱턴대 연구진은 같은 카메라로 곤충 크기의 정찰 로봇도 실현했다. 연구진은 카메라 장치에 가는 다리 네 개와 구동기, 전지를 장착한 로봇도 만들었다. 크기는 가로·세로 각각 1.6㎝, 2㎝다. 로봇은 초당 3.5㎝ 속도로 이동하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이 딱정벌레 등에 붙이고 원격 조종할 수 있는 무선 카메라 시스템을 개발해 실제 영상을 얻는 데 성공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스마트폰으로 카메라 각도를 조종해  파노라마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미 워싱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