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드는 것은 자연의 거스를 수 없는 섭리다. 고대 진시황도 불로장생(不老長生)의 꿈을 꿨지만 결국 이루지 못했다. 과학자들이 노화 극복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 노화의 비밀을 풀 열쇠가 선충과 곤충 등 작은 벌레에서 잇따라 발견됐다. 선충 유전자를 통해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단백질을 찾아내고, 곤충 자체에서 항노화 물질을 추출했다.

◇선충에서 수명 연장 단백질 찾아

이승재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교수와 김경태 포스텍 교수 연구진은 "예쁜꼬마선충에서 수명 연장을 돕는 단백질을 찾아냈다"고 지난 2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실험에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했다. 1㎜ 크기의 예쁜꼬마선충은 선형동물로 현재 2만여 개의 유전자가 밝혀졌는데, 이 중 40%가 사람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세포가 1000여개로 적고 현미경으로 보기도 쉬워 실험에 애용된다. 수명이 3주에 불과한 것도 장점이다.

앞서 세포의 에너지 센서인 'AMPK 효소'가 수명 연장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알려졌지만, 이를 조절하는 단백질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AMPK를 활성화해 수명 연장을 돕는 'VRK-1'이라는 단백질을 예쁜꼬마선충에서 찾아냈다.

연구진이 예쁜꼬마선충에 VRK-1을 대량 발현시키자 수명이 27% 늘어났다. 반대로 VRK-1을 억제하자 수명은 32% 줄어들었다. 제1저자인 박상순 포스텍 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인간의 노화를 이해하고 조절하는 실마리를 밝혔다"며 "VRK-1의 기능을 조절해 사람의 노화와 다양한 질환의 치료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국 벅 노화연구소와 MDI 생물학 연구소, 중국 난징대 공동연구진도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해 수명을 5배 늘리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수명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인슐린신호전달체계(IIS)와 TOR이라는 영양신호전달경로를 유전적으로 변형시켰다.

IIS를 변화시키면 수명이 2배 정도 증가하고 TOR 경로를 변화시키면 30% 정도 수명 증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두 경로를 변화시킬 경우 단순 계산으로 130% 정도 수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예쁜꼬마선충 수명은 보통의 5배인 14주 이상으로 늘었다. MDI 연구소 재러드 롤링스 교수는 "1 더하기 1은 2가 아니라 5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곤충의 항노화 물질도 활용

곤충 자체를 활용한 노화 연구도 있다. 곤충은 단백질이 풍부해 미래의 식량 자원으로 각광받는다. 여기에 더해 과학자들은 곤충에서 노화를 방지하는 물질까지 찾아내 식품이나 화장품, 의약품으로 활용하려고 연구하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채성욱 박사팀은 지난해 8월 "곤충 추출물이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 광(光)노화 개선에 효과가 있음을 동물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피부 광노화는 자외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미세주름, 반점, 색소침착 등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연구진은 장수풍뎅이 애벌레와 쌍별귀뚜라미 등 곤충 4종을 활용했다. 이 곤충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식용 곤충으로 등록돼 있다. 연구진은 자외선을 쏘아 피부 광노화를 유도한 실험쥐에게 곤충 4종의 추출물을 각각 12주 동안 투여했다. 곤충 추출물을 투여한 쥐들은 자외선에 의해 감소된 피부 보습 효과가 개선됐다.

광노화가 생긴 쥐들은 피부를 통해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경피수분손실량이 정상 쥐보다 2배 증가했다. 하지만 네 가지 곤충추출물을 투여한 쥐들은 모두 수치가 회복됐다. 또한 실험군이 대조군보다 피부 보습을 유도하는 물질인 히알루론산이 최대 2.4배 증가했다. 지건영 한의학연 박사는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식품, 의약품 등 노화 방지와 관련된 다양한 산업에 곤충에서 추출한 성분이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 테라모대 연구진은 식용 곤충에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항산화 물질은 신체의 산화를 억제해 당뇨나 암 등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귀뚜라미, 메뚜기, 누에, 매미, 지네 등 13종의 곤충을 분말 형태로 만들어 항산화 물질을 분석했다. 그 결과 매미와 물장군, 타란툴라, 검은 전갈을 제외한 나머지 곤충 9종의 분말을 탄 주스는 오렌지주스보다 항산화 물질 함유량이 많았다. 특히 귀뚜라미, 메뚜기, 누에는 오렌지주스보다 항산화 물질이 5배나 많았다. 매미와 누에에서 나온 지방 추출물은 올리브유보다 항산화 활성이 두 배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