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전(현지시간) 미 샌디에이고에서 수리 중에 발생한 강습상륙함 본험 리처드함 화재로 인해, 인도·태평양 지역과 중동에서 미 해군력을 영구 전진 배치하는 계획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14일 월스트리트저널과 군사전문지 디펜스 뉴스 등이 보도했다.

12일 오전(현지시각) 샌디에이고 항구에 정박한 본험 리처드 강습상륙함에서 발생한 화재의 초기 진화 모습

본험 리처드(Bonhomme Richard)는 길이가 257m인 ‘미니 항공모함’으로, 미 해군은 제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5B를 13~20대 수용할 수 있도록 2억1900만 달러를 들여 2년간 업그레이드 작업을 하고 있었다. ‘본험 리처드’(순박한 리처드라는 뜻)는 미 국부(國父) 중 한 명이었던 벤저민 프랭클린의 필명(筆名)이었다. 화재는 이 업그레이드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발생했다. 미 해군은 현재 F-35B 전투기가 자유롭게 이착륙하며 작전을 전개할 수 있도록, 모두 10척의 강습상륙함 중 4척에 대해 업그레이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화재로 인한 피해 규모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고, 14일까지도 계속 연기가 치솟아 소방선과 보트, 헬기를 동원한 진화 작업이 한창이었다. 그러나 미 해군 내부와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선 “복구가 가능하더라도 작전에 재배치하기까지는 최소 수개월이 걸릴 것이고, 막대한 비용 탓에 퇴역시켜야 할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미 해병대와 해군으로 구성된 제3 원정타격단의 기함(旗艦)인 본험 리처드의 1차 임무는 인근에서 항모(航母)가 공군력을 제공하는 동안 1200명의 해병대원과 수륙양용 전투차량을 상륙시키는 공격함이다. 그러나 F-35B와 헬기 등을 탑재해, 분쟁 지역에서 ‘미니 항모’의 역할도 한다. 지난 3월 시어도르 루즈벨트 항모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해 괌에 격리돼 있는 동안, 미 해군은 남중국해에 또 다른 강습상륙함인 아메리카함을 보내 루즈벨트의 공백을 메웠다.

디펜스 뉴스는 "군사 전문가들은 본험 리처드를 잃으면 미 정부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공식적으로 거부한 상황에서, 이 지역에 F-35B를 전개하는 미 해군의 일정과 능력이 타격을 입는다"고 전했다.

미 해군은 중동과 인도·태평양에 미니 항모를 영구적으로 전진 배치하는 구상을 갖고 있다. 1척이 항시 전진 배치하려면 이 외에도 비상시 출동과 보수·관리, 배치 전 준비 등을 위해 3척이 더 있어야 한다. 디펜스 뉴스는 F-35B를 수용하기 위한 업그레이드 작업처럼 오랜 기간이 걸리는 경우엔 5척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허드슨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인 브라이언 클라크는 “미국이 태평양에 초점을 맞출 때에 중동에서 항모를 대신할 몇 안 되는 전투기 발진 플랫폼 중 하나이어서, 본험 리처드를 잃게 되면 미 해군이 해상에서 즉각 전투기를 발진할 수 있는 능력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