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의 여자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불법촬영을 한 혐의로 구속된 경남 김해의 모 학교 교사 A(40대)씨의 휴대전화 속 영상·사진들이 우려했던대로 전임 근무지에서 직접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이 상당히 오래 전부터 계속되어 왔다는 뜻이다. 문제는 영상과 사진 속 불특정피해자들의 신원 특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경찰은 A씨 조사를 이번주 내로 마무리하고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15일 경남지방 경찰청 등에 따르면 성폭력범죄처벌특별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구속된 교사 A씨 휴대전화 분석한 결과 해당 학교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과 영상이 다수 발견됐다. 경찰은 수사중인 사안이라 정확한 규모는 확인해주진 않았지만 수십개가 넘는 양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A씨로부터 현 학교 외에도 자신의 과거 전임 근무지에서도 촬영한 것이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후 구속해 A씨의 신병을 확보한 경찰은 경남의 한 학생수련원과 고교 등 A씨 과거 전임 근무지를 찾아 A씨와 함께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경찰은 몰카 설치 위치 등을 확인하고 휴대전화 영상 및 사진 속 배경이 일부 일치하는지 대조작업을 벌여 A씨가 촬영한 것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영상과 사진 속에 등장하는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를 특정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해보면 A씨는 지난 2015년쯤 경남 고성의 한 고교에서 근무하다, 2018년 3월쯤 경남의 한 수련원에 파견 형식으로 옮겨가 학생들을 가르쳤다. 수련원은 경남교육청이 운영하는 곳으로, 한해 2000여명이 이용하는 곳이다. A씨 영상 속엔 이 수련원 샤워실로 추정되는 영상과 사진이 발견됐다. A씨는 올해 3월 몰카가 발견된 김해 모 고교로 전근을 왔다.

A씨의 불법촬영 범행은 지난달 24일 학교 화장실 청소를 하던 관계자에 의해 발각됐다. 당시 이 관계자는 몰카 발견 사실을 교무실을 통해 알렸는데, A씨가 이를 듣고 먼저 화장실로 가 카메라 칩을 숨겼던 것으로 취재 결과 드러났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통해 A씨가 여자화장실에 출입하는 장면을 확보하고 A씨를 임의동행 형식으로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에 대한 조사는 어느정도 마무리된 상태로, 카메라 설치 및 불법영상촬영 등에 대해 일부 시인하고 있다”며 “영상과 사진이 인터넷 사이트 등에 유포된 정황은 확인되진 않았다. 이번주 내로 A씨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짓고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경남에서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촬영 범죄가 잇따라 충격을 주고 있다. 김해뿐만 아니라 지난달 26일 경남 창녕 한 중학교에서도 현직 교사가 몰카를 설치한 것이 발각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창원의 한 초등학교 여자화장실에 이 학교 졸업생인 중학생이 몰래 들어가 휴대전화로 불법 촬영을 시도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지난 9일엔 현직 해경이 진주 한 대학교 여자화장실에 들어가 옆 칸에 있던 여성을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하는 일도 있었다. 지역 여성·교육단체 등에서는 재발방지책을 마련해달라며 당국의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