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배기 아들을 둔 직장인 박모(35)씨는 휴가철을 앞두고 고민이 많다. 작년까지는 아이가 어려서 장거리 여행을 못 갔고, 올해는 아이가 여행을 갈 수 있을 만한 나이가 됐는데 코로나 사태 때문에 숙소를 구하지 못했다. 박씨는 "이달 말 아이 어린이집 방학에 맞춰 휴가를 냈지만, 아직 갈 데를 못 정했다"면서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비싼 건 둘째치고 국내 숙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전남 나주 명하쪽빛마을에서 천연재료로 염색 체험 중인 관광객들. 명하쪽빛마을은 예로부터 마을 전체가 쪽 염색을 해온 곳이고, 염색장인으로서 중요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고(故) 윤병운 선생이 살던 마을이기도 하다.

박씨처럼 휴가지조차 정하지 못한 직장인을 위해 농촌진흥청이 최근 '농촌 관광 클린 사업장' 205곳을 선정했다. 농촌 관광 클린 사업장은 고객 간 접촉 최소화, 소규모 체험 행사 운영, 응급처치 교육 이수, 배상책임보험 가입, 식사 시 개인 접시 제공 등 코로나 예방을 위한 위생 수칙을 지키는지를 중심으로 선정됐다. 농진청 관계자는 "안전 여행 지침에 맞춰 국민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클린 사업장을 선정했다"면서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의 치유 여행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1박 2일 농촌 관광

농진청은 클린 사업장 중에서도 숙박 시설을 갖춰 1박 2일 여행이 가능하고, 동물 먹이 주기나 채소·과일 수확 체험처럼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농촌 관광 여행지 11곳을 추천했다. 우선 수도권에선 경기도 여주와 연천이 가볼 만하다. 여주에선 계곡 물놀이, 여주 특산물인 고구마로 스콘 만들기 등의 체험을 할 수 있는 루돌프농원에서 숙박하고, 근처의 여주자연농원에서 야생화를 구경하고, 농산물 수확 체험을 할 수 있다. 연천에선 손두부 만들기 체험이 가능한 새둥지마을을 숙소로 잡고, 오이비누 만들기나 메기 잡기 등의 체험이 가능한 푸르내마을, 송아지 우유 주기와 염소 풀 주기 등이 가능한 애심목장까지 둘러볼 수 있다.

경기도 여주자연농원에서 배 따기 체험 중인 아이들. 여주자연농원에선 계절에 따라 감자, 고구마, 청포도, 배 수확 체험을 할 수 있는 데다 농장 전체에 수백 가지 야생화가 피어 있어 '볼거리'가 풍부하다.

충북 보은에선 동물 먹이 주기, 당나귀 타기 체험과 숙박이 가능한 보은 산모랭이풀내음, 자연에 놓아 기르는 '자연양계'를 체험할 수 있는 문화충전소 등을 방문하면 된다. 충남에선 천안과 공주, 예산에 숙박 가능한 클린 사업장이 있다. 천안에선 포도잎, 고구마잎으로 자연 염색 체험을 할 수 있는 공방고운에 묵을 수 있다. 또 공주에선 복숭아 따기, 공예 체험을 할 수 있는 은적자연농원펜션에서 묵고 갓 짜낸 우유로 치즈를 만들어보는 석송목장, 숲 체험을 할 수 있는 농원1박2일 등에서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예산에선 사과 농업을 바탕으로 잼 만들기나 사과 와이너리 투어를 할 수 있는 은성농장에서 묵고 402m로 국내에서 가장 긴 예당호 출렁다리를 구경할 수 있다.

전북 정읍에선 소나무로 둘러싸인 솔다움자연농원에서 책 만들기 체험을, 김제 금모래마당에선 사금 캐기, 조청 만들기 등의 체험을 할 수 있고, 덕유산 자락에 있는 무주 덕유캠프농장에선 곤충 체험은 물론, 근처 구천동 계곡에서 물놀이도 할 수 있다. 전남 나주 이슬촌마을에선 올해로 지은 지 112년 된 등록문화재인 노안성당을 볼 수 있고, 근처 명하쪽빛마을에선 천연 재료를 이용한 염색 체험을 즐길 수 있다. 경남 창원에선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하는 신선한 농산물 수확 체험을 할 수 있는 빗돌배기마을이 있다. 농촌 관광 클린 사업장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안전농촌관광 홈페이지(www.안전농촌관광.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른들을 위한 패키지 농촌 관광

농진청은 어른들을 위한 패키지 상품 '우리 농촌 갈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하루짜리부터 1박 2일짜리까지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는 프로그램으로 개별 예약이 번거로운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게 농진청의 설명이다. 안전농촌관광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수 있는데, 강원도 삼척의 '삼척 올인원 농촌체험', 전북 정읍의 '샘나는 정읍 힐링여행', 경북 영주의 '36.5도 소백힐링 영주' 등 현재 9개 패키지 프로그램이 출시돼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앞으로 20개까지 패키지 프로그램을 늘려 다양한 여행 수요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