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경제학자를 꼽으라면 카르멘 라인하트 하버드대 석좌교수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달 세계은행(WB) 수석 부총재·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자리를 옮긴 그는 최근 필자와 온라인 대담에서 인상적인 말 두 마디를 남겼다. "이번에는 '진짜(Really)' 다르다"와 "반등(Rebound)과 회복(Recovery)을 혼동하지 말라"는 얘기였다. 첫째는 코로나발(發) 경제 위기는 원인과 파장, 정책 대응의 내용과 규모, 그리고 회복 과정과 형태까지 과거 위기와 크게 다르다는 말이다. 둘째는 공급·수요의 마비로 단기적 충격이 컸던 만큼 대규모 재정·통화 부양책에 따른 일시적 경기 반등세 또한 강하겠지만 근본적인 회복으로 착각하지 말라는 뜻이다. 팬데믹 사태의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로 들리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난 2분기 성장·고용 등 경제지표는 과감한 부양책 효과와 일부 봉쇄 완화로 최악은 피했으나 하반기 글로벌 전망은 코로나 재확산으로 암울해지고 있다. IMF는 2020년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2%에서 -4.9%로 낮췄고 세계은행(WB)은 -5.2%로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OECD는 2차 확산 여파로 회원국 평균 2~3%포인트 추가 하락을 예상하고 모건스탠리 등 국제투자은행(IB)들 예측치는 팬데믹 확산에 따른 최악의 시나리오의 경우 마이너스 7~8%대 역성장이 주류를 이룬다.

이런 와중에 실물·금융 간 괴리는 고착화하고 있다. 미국 코로나 확진자가 300만명을 넘어서고 일일 신규 확진자도 6만명을 뛰어넘는 최악 상황에서 기술주 중심 나스닥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초저금리에 넘쳐나는 유동성은 주식 투자로 쏠림 현상을 키우고 있다. 주가가 경기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 하더라도 실물과 금융 지표의 비정상적 격차는 위험신호이고, '실물경제의 거울' 기능을 하는 주식시장 과열은 또 다른 위기 가능성을 높인다.

성장률 플러스인 중국 주가는 약세

주요국 중 유일하게 2분기 플러스 성장(추정치)을 기록한 중국 주가 상승이 오히려 미약했던 건 주목할 만하다. 중국 증시의 상대적 약세는 3高(주요국 대비 높은 금리·물가·부채)가 이유로 꼽히나 주력 기업 구성 차이도 눈에 띈다. 미국 시총 톱 5는 모두 IT와 플랫폼 분야 혁신 기술 기업(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구글, 페이스북)인 반면 중국 시총 톱 5는 국영은행 등 전통 산업(공상은행, 마오타이, 핑안보험, 초상은행, 건설은행) 중심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증시 톱5는 전자·바이오(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삼성바이오, 셀트리온) 중심으로 핵심 상장 기업 특성이 중국보다 미국과 유사한 첨단 기업 구조가 상대적 강세의 배경으로 보인다.

그간 상승세가 제한적이던 중국 상하이지수가 7월 들어 2주간 16%나 급등한 가운데 과거 2015년 주가 버블 '데자뷔'를 우려하는 경고음도 나온다. 현 상황과 유사한 초저금리와 과잉 유동성의 조합으로 2014년 6월부터 2015년 6월까지 150% 폭등 후 급락한 사태를 경험한 상하이지수는 아직도 역대 최고치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거품 붕괴의 후유증을 보여준다. 중국의 '빚투(빚내서 투자)' 현상도 증폭되면서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1조2000억위안(약 200조원)에 달해 2015년 버블 시기 이후 최대치로 늘어났다. 국내에서도 신용거래 잔고가 13조원(코스피 6조2000억원, 코스닥 6조7000억원)에 육박해 금융 위기 이후 최고치로 불어나 잠재적 시장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G2 갈등… 중국 대 西方확전

세계경제 회복의 또 다른 불확실성 요인인 미·중(G2) 갈등은 이달부터 발효된 홍콩 보안법 문제로 악화일로다. 미국은 홍콩 특별지위 박탈에 이어 미 달러와 홍콩 달러의 연동제(페그·peg system) 폐기나 약화를 중국 압박 카드로 띄우고 있다. 빅테크 기업과 헤지펀드 등 금융사의 '헥시트(HKexit·탈홍콩)'로 홍콩의 국제 금융허브 위상도 위협받는 상황이다. G2 디커플링은 대중 강경노선을 밝힌 바이든 후보가 11월 대선에서 승리해도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신냉전은 변수 아닌 상수가 됐다. 홍콩에 대한 중국 강경 노선과 화웨이 문제는 G2 불협화음을 중국 대 서방국(영국·캐나다·프랑스 등) 충돌로 확전시켜 국제 정치 체계는 '무질서 시대'를 맞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코로나 위기는 2008년 금융 위기보다 글로벌 파장이 훨씬 심각한데 국제 공조는 실종된 상태다.

금융 위기 주범은 부채… 재정 아껴야

"재정 역량을 총동원하여 세계에서 가장 먼저 경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 발언은 강력한 조기 극복 의지로 보이나 단기 부양책 극대화 의미라면 곤란하다. 경제회복 속도 못지않게 내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경제 체질 개선과 기업 경쟁력 강화 없이 단기 처방으로 넘어가면 더 큰 문제를 키우는 법이다. 복원력(Resilience)과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키워드가 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 패러다임하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현 정부의 과도한 '정책의 정치화'와 가시적 단기 성과의 집착을 버리고 긴 호흡, 넓은 시각으로 국가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할 때다.

라인하트 교수는 '이번엔 다르다'라는 베스트셀러 저서를 통해 현대사가 경험한 모든 금융 위기 주범이 '부채'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린다. 과도한 부채는 경제 생태계를 취약하게 하고 성장 잠재력을 훼손한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전에 대비하려면 재정 실탄을 아껴야 하고 건전 재정은 우리 경제와 국가 미래를 지킬 마지막 보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