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생각만 해도 좋은 단어가 있다. '여름휴가.' 올해는 다를 듯하다. 코로나로 인해 가기는 가야 하는지, 간다면 어딜 가야 하는지 다들 생각이 다르다. 말 그대로 '혼돈의 여름휴가'다.
'코로나 휴포자'부터 '몰래 휴가'까지
11세, 8세 자녀를 둔 김모(41)씨는 올해 여름휴가를 가지 않을 계획이다. '코로나 휴포자(휴가 포기자)'다. 그는 "아이들 방학이 짧아진 데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불안해 10월 이후로 휴가를 계획하고 있다"고 했지만, 내심 가장 큰 걱정은 '다른 학부모들의 시선'이다. 김씨는 "같은 반 아이가 워터파크나 제주도 등 휴양지로 놀러 갔다는 얘기를 들으면 불편하게 생각하는 학부모가 많다"며 "아이들은 그 얘기를 들으면 '나도 가고 싶다'고 마냥 부러워하고, 부모들은 사람 많은 곳에 다녀온 것을 찝찝해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달 3일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1023명에게 여름휴가 계획을 묻자 '계획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9.1%에 불과했다. '상황을 지켜보고 판단하려고 한다'고 답한 직장인이 59%로 가장 많았다. '올해는 따로 여름휴가를 가지 않겠다(22.9%)' '휴가를 미루겠다(6.4%)' 등 휴가에 부정적인 응답이 31.9%였다.
맞벌이 부부인 이모(32)씨도 여름휴가를 가야 할지 고민이다. 지난달 초 아이와 짧은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이씨는 어린이집에서 '일주일간은 증상이 없어도 어린이집에 보내지 말아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9일 현재 제주도 등 국내 관광지나 도심 호캉스(호텔 바캉스)를 다녀왔다고 해서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는 방역 당국의 지침은 없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확진자가 갔던 곳과 동선이 겹치거나, 증상이 있을 경우에만 자가 격리나 등원 중지 대상"이라고 했다. 다만, 일부 사립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는 예방 차원에서 더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휴가를 다녀오면 또 일주일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 없을 텐데, 보육 공백이 걱정되는 상황에서 휴가를 가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주변의 시선 때문에 '휴가를 몰래 다녀오겠다'는 사람도 있다. 7세 아이를 둔 직장인 A씨는 "도심에서 마스크 벗고 식당에서 밥 먹는 것보다 독채 펜션에서 쉬고 오는 게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주변에서 휴가를 간다고 하면 일단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 경우가 많아 알리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소셜 미디어 등에 휴가 사진을 올리지 않는 사람도 많아졌다.
맛집보다 덜 붐비는 집 가자
한국관광공사는 감염내과 교수들 도움으로 '여행경로별 안전여행 가이드(korean.visitkorea.or.kr)'를 내놨다. 여행자는 마스크를 상시 착용하고, 어디서든 타인과 두 팔 간격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복지부가 지난 3일 발표한 '생활 속 거리 두기 세부 지침'에는 장소별 구체적 지침이 나온다. 수영장의 경우 물속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되지만, 타인과의 거리는 2m를 유지하는 게 좋다.
인천의료원 김진용 감염내과 과장은 "바이러스는 특성상 물속에서 희석되는데다, 수영장 물의 염소 성분은 바이러스를 약화시킨다"며 "물놀이할 때는 물 자체의 오염보다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 상태로 비말이 튀는 게 문제"라고 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물놀이장에선 큰 소리로 대화하는 등 비말이 튀는 행위는 자제해야 하며, 어린 자녀에게도 이를 당부해야 한다.
여행지에서는 '맛집'보다는 '덜 붐비는 집'을 택하는 게 좋다. 김 과장은 "제일 위험한 순간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순간"이라며 "식탁 간격이 2m면 가장 좋고, 최소 1m는 띄우는 게 좋은데, 그게 불가능하다면 맛집을 포기하더라도 거리 두기가 가능한 곳을 택하라"고 했다. 김 과장은 "코로나 초반에는 보수적으로 생각해서 아예 물놀이 등을 안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면 일상이 사라진다"며 "무조건 아무것도 안 하기보다는 더 안전하게 보낼 방법을 찾는 게 옳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