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글로벌 신약 개발 기업 'SK바이오팜(이하 바이오팜)'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상장 4거래일 만에 주가가 공모가의 4배 이상으로 치솟으며 시가총액 17위(16조9548억원)가 됐다.
지금 같은 기세라면 SK그룹 지주회사인 SK 시총(18조3640억원)도 조만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바이오팜의 주가가 실제 기업 가치보다 너무 많이 오른 상황이어서 투자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바이오팜의 대주주인 SK의 주가가 약세를 보임에 따라 "외부 세력이 경영권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SK바이오팜 주가, 상장 후 폭등세
7일 바이오팜 주가는 전날보다 2000원(0.93%) 오른 21만6500원에 마감했다. 불과 4거래일 만에 공모가(4만9000원)의 4.4배 수준이 된 것이다. 지난 2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바이오팜은 전날인 6일까지 3거래일 연속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다.
우리사주 우선 배정으로 평균 1만1820주(공모가 기준 약 5억8000만원)를 쥐고 있는 이 회사 직원들은 단숨에 '주식 부자' 대열에 합류했다. 주가가 폭등하면서 직원 1명당 주식 평가 금액이 약 25억5900만원에 이른다. 4거래일 만에 원금을 빼고 20억원가량을 번 것이다. 이렇다 보니 바이오팜 직원 중 일부는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우리사주조합원이 출연한 돈으로 취득한 우리사주의 경우, 1년간 주식을 팔 수 없는데 퇴사하면 주식을 바로 매도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바이오팜의 주가가 실제 기업 가치보다 지나치게 오르는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향후 호실적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주가 수준은 명백한 '버블(거품)'이라는 것이다. 삼성증권 윤석모 리서치센터장은 "바이오팜 현재 시총은 지난해 매출액(1240억원)의 137배나 된다"며 "과거 우버 등 미국 초유망 기업들이 상장 이전에 투자를 유치할 때, 이 비율이 20~30배 정도였으니 바이오팜의 주가에는 투자자들의 비현실적 기대감이 과도하게 투영됐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SK 주가는 급락… 경영권 위협받을 수 있어
바이오팜 주가가 과열됐다는 증거는 이 회사 지분을 75%나 들고 있는 지주회사 SK의 주가에서 찾을 수 있다. 바이오팜 주가가 연일 승승장구하는 반면, SK의 주가는 최근 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SK 주가는 7일 전날보다 1000원(0.38%) 내린 26만1000원에 마감했다. 바이오팜 상장 후 4거래일 만에 12.1%나 하락했다. SK 주가는 바이오팜의 상장 기대감에 지난달 중순 31만8000원까지 올랐는데 한 달도 안 돼서 20% 가까이 하락했다. 대신증권 양지환 연구원은 "상장 전에는 바이오팜 주식을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SK 주식이 '대체재' 역할을 했다가 상장 후 하락한 것"이며 "SK 주가가 단기 급등하다 보니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주가를 끌어내린 측면도 있다"고 했다.
SK 주가는 지지부진한 데 반해 바이오팜의 주가는 급등하면서 지주사의 시가총액이 지주사가 보유한 자회사의 지분 가치보다도 낮은 역전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알짜배기 자회사 지분 등을 노리고, 비교적 싼값에 지주사 지분을 대거 매입하는 '투기 세력'이 달려들 수 있어서 우려된다. 윤석모 센터장은 "헤지펀드 세력이 SK 지분을 사들인 뒤, SK 측에 '바이오팜 지분을 75%나 들고 있으면서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현물 배당 등을 과도하게 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2003년에도 헤지펀드 '소버린'은 SK 지분 14.99%를 사들여 최대 주주가 된 후 경영권을 뒤흔든 바 있다. 당시 SK의 시총은 SK가 들고 있는 SK텔레콤의 주식 가치(지분율 2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