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환 변호사·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지난달 26일 대검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는 현재 검찰 수사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에 대해서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결정했다. 수사심의위는 피의자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미국의 대배심(grand jury)이나 일본의 검찰심사회와 유사한 제도이지만, 그 결정은 수사 검찰에 권고적 효력만 인정된다.

삼성전자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은 결국 하나의 사건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박영수 특검과 서울중앙지검은 만 4년이 다 되도록 이를 최순실 등의 국정 농단 사건 관련 '뇌물 공여'와, 삼성물산 합병 과정의 '자본시장법상 시세 조종 및 외부감사법상 회계 부정' 혐의로 분리해서 수사를 해왔다.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 공여 혐의는 최순실의 딸에게 거액의 승마용 마필을 불법 지원했다는 것으로 2016년 처음 검찰 수사가 시작되었다. 그 뒤 이 부회장은 특검에 의해 구속 기소되고 1심을 거쳐 2018년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석방되었다. 하지만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로 지금도 재판 계류 중이다. 그런데 이번에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문제가 된 자본시장법 및 외부감사법 위반 의혹에 대해서는, 이 부회장이 출소한 후 따로 서울중앙지검에서 2년이 다 되도록 수사를 계속해 왔다. 검찰은 회사 임직원 등 100여 명을 430회 이상 소환 조사하고, 50회 이상 압수수색을 실시하면서도 막상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는 미루다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영장이 기각되었다.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수사 사건이 재판까지 거의 마무리될 시점에 서울중앙지검이 다시금 관련 사건으로 이 부회장을 수사하는 것은, 결국 삼성전자의 경영권 승계라는 하나의 사건을 장기간 수사하면서 기업인의 경영 활동에 큰 지장을 초래해 왔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그 과정에서 서울고법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게 특별히 주문한 데 따라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가 출범하고, 지난 5월에는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회사 경영권의 자녀 승계 포기와 무노조 경영 폐기, 준법 경영 강화 등을 선언하였다.

이러한 수사심의위 결정에 대해 참여연대 등 정권에 우호적인 세력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있지만, 자가당착이고 '내로남불'의 전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2018년 문재인 정권에서 신설한 제도이고 그동안 8차례 있었던 결정에 대해선 검찰이 존중해 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수사심의위 결정을 무시하고 반대로 결정한다면 앞으로 수사심의위원회는 그 존재 의미가 없게 된다. 검찰 개혁을 위하여 설치한 수사심의위 결정을 검찰 스스로 무시하면, 당연히 추미애 법무장관 등을 앞세워서 추진해 오던 검찰 개혁도 향후 동력을 잃게 될 것이다.

굳이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와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를 해서 법원에 의해 구속영장 재기각이나 무죄 판결이 나게 될 경우 그 부담은 엄청날 것이다.

무엇보다 경영권 승계 관련 특검 수사로 이 부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별건으로 주가 조작과 회계 부정 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것은, 명백하게 과잉 수사일 뿐만 아니라 개인의 인권을 지나치게 침해한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이번 수사심의위의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의 중단 및 불기소 결정은, 검찰권 행사에 대한 국민적 참여라는 문재인 정권의 검찰 개혁 과제를 실천하기 위해서도 존중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