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중국 광산에서 3명을 숨지게 한 바이러스가 코로나 바이러스와 비슷하다는 보도가 나왔다. 해당 바이러스의 냉동 샘플은 당시 우한바이러스연구소(WIV)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바이러스 이미지.

영국 더타임스의 일요판인 선데이타임스는 5일(현지 시각) “폭로: 광산 죽음에서 우한연구소까지 코로나 바이러스 7년의 자취”라는 기사를 통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원을 다뤘다.

기사는 2012년 8월 미스터리하고 치명적인 신종 질병을 조사하기 위해 중국 남서부 지역을 찾은 한 소규모 연구팀의 사연으로 시작했다. 계단식 논밭을 지나 그들은 버려진 폐광에 도착했고, 방역복과 마스크를 쓴 채 동굴을 탐험했다.

악취는 코를 찔렀고, 머리 위에는 박쥐들이 있었다. 발아래에는 배설물이 뒤엉켜 있었다. 그곳은 인간에게 치명적인 미생물과 병원균의 번식지였다. 몇 달 전 이곳에서 인부 6명은 폐렴으로 쓰러졌고, 이들 중 3명은 숨졌다. 연구팀은 1년에 걸쳐 우한에 있는 연구소로 보낸 샘플 수백개를 보냈다. 그리고 그 팀이 마지막으로 채취한 배설물 중 하나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와 유사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당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를 연구하던 연구진에게 해당 바이러스는 대단한 발견으로 여겨졌다. 이 바이러스는 학술지에 사스의 새로운 변종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논문에서 환자 6명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고, 3명의 죽음과 연관성도 드러나지 않았다.

중국 우한 양쯔강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어린이들.

◇ ‘봄의 도시’ 쿤밍에서 일어난 사건

폐광이 있는 중국 서남부 윈난성 쿤밍은 1년 내내 꽃이 펴 일명 ‘영원한 봄의 도시’로 불리는 곳이다. 2012년 4월 24일, 궈(Guo)라는 성(姓)을 쓰는 45세 남성은 폐렴이 심해져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이튿날에는 Lv라는 42세 남성이 위독한 상태로 병원에 실려왔고, 3일째 되는 날에는 주오(63·Zhou), 리우(46·Liu), 리(32·Li) 세 명이 중환자실에 들어갔다. 모두 모장족 자치주 통관 마을 남쪽에 있는 구리 폐광에서 박쥐 배설물을 치우는 작업을 했던 이들이었다. 환자 중 일부는 2주 동안 일하다 발병했고, 나머지는 며칠 만에 상태가 나빠졌다.

환자들은 체온이 39도 위로 치솟았고, 기침과 몸살 기운이 있었다. 한 사람을 빼고는 호흡곤란 증세도 있었다. 두 명이 사망하고 나서 나머지 네명은 출혈열, 뎅기열, 일본뇌염, 독감 검사를 받았지만 다 음성으로 나왔다. 사스 검사 결과도 음성이었다.

의사들은 중국 호흡기 권위자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에게 조언을 구했다. 중 원사는 사스와 관련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같다며, 항체 검사를 권했다. 우한바이러스연구소가 생존자 네명을 검사한 결과 사스에는 모두 음성 반응을 보였지만, 넷은 모두 사스와 관련한 코로나 바이러스에 항체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퇴원한 두 명은 병원에 남은 두 명보다 항체 수준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과정은 중국에서는 보도되지 않았다. 다만 리수(Li Xu)라는 의료진의 석사 학위 논문에 일부 담겼다. 그의 지도교수는 이들 환자를 담당한 응급실 의사였다. 항체 검사 결과 등은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 한 의료진의 박사 논문에 포함됐다. 리씨는 논문에서 “광부가 원인 모를 폐렴으로 고통받은 광산의 박쥐에 대한 연구는 중요한 연구 주제”라고 결론 내렸다. 그리고 해당 연구 주제는 이미 이른바 ‘배트 우먼’으로 알려진 우한연구소의 연구원에 의해 수행되고 있었다.

어린 박쥐.

◇ ‘배트 우먼’ 스정리

우한은 고대부터 중국 육·해상 교통의 요지로 유명한 곳이다. 그리고 박쥐 코로나 바이러스 연구의 중심이기도 하다. ‘배트 우먼’이란 별명을 지닌 스정리 연구원과 동료들은 바이러스 연구 분야에서 중요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알려진 코로나 바이러스가 나오기 전까지 사람이 걸리는 코로나 바이러스 6종에 불과했고, 대개 증상은 감기처럼 약했다. 다만 사스는 예외였다. 2002년 11월 중국 남부 광둥성에서 유래한 사스는 29개국에서 8096명을 감염시켰다. 774명이 숨졌다.

스 연구원과 동료들은 2004년부터 중국 남부 동굴을 탐사하기 시작했다. 2012년 쿤밍의 폐광과 관련된 사건을 조사하라는 지시가 내려오자 그들은 8월 현지 전문가들과 합류해 탐사에 나섰다. 다음해까지 이들은 박쥐 276마리로부터 배설물 표본을 채취했다. 영하 80도로 냉동된 샘플은 우한연구소로 보내졌다. 연구 결과 쥐들 중 절반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옮겼고, 몇몇은 한 번에 하나 이상의 바이러스를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는 스 연구원과 동료들의 이름으로 2016년 발표됐다. 하지만 인부들을 죽음으로 이끈 폐렴 등 이 연구가 수행된 이유는 밝히지 않은 채였다.

중국 우한에 있는 우한바이러스연구소는 치명적인 병원균을 취급하는 기밀 시설로 2017년 일반에 알려졌다. 중국 당국에 의해 ‘생물안전 레벨 4(BSL-4)’를 받은 연구소다. 그만큼 철저하게 안전한 곳이라 할 수 있지만, 이 같은 실험실에서도 병원균이 유출되는 것은 드문 일은 아니다. 치명적인 에볼라나 마르부르크병 같은 경우에도 미국의 BSL-4 연구소에서 유출된 적이 있다. 미국 보건당국에 따르면 2015년까지 6년 동안 실험실 안전 위반 횟수는 749건을 기록했다. 실제로 2004년 베이징에 있는 중국국립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일어난 사고로 여러 명이 사스에 걸리기도 했다.

윈난성에서 보낸 냉동 바이러스가 보관 중이던 우한연구소는 특히나 안전의 중요성이 컸다. 그들은 인간에게 전염되는 변이와 관련해 논란이 많은 실험도 수행하고 있었다. 이들의 실험 주제는 2015~2017년 발표한 논문에도 발표됐다. 인간에게 감염되는 바이러스의 존재는 팬데믹(대유행)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컸다. 미국 정부는 2014년 바이러스 확산과 관련한 연구에 자금을 지원하는 걸 금지했다. 스 연구원 팀은 사스와 같은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고 주장했지만 너무 위험하다는 의견이 주류였다.

2018년 1월 베이징 주재 미 대사관은 우한연구소의 새 생물안전연구소에서 무슨 연구가 일어나는지를 알기 위해 외교관 지위를 가진 과학자들을 파견하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워싱턴포스트 등의 보도에 따르면 당시 과학자들은 박쥐에서 나온 사스와 비슷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염돼 사스와 같은 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당시 보고서는 “이 같은 고난도 실험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연구자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30일 상하이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 중이던 스정리 연구원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한에서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는 올해 사이언티픽 아메리칸과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의 중심인 우한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우한으로 돌아올 준비를 하면서 그는 “그 바이러스가 우리 연구소에서 나간 것은 아닐까”하는 의문을 가졌다.

방역복을 입은 작업자들.


◇ 바이러스 지도…바이러스 개명 의혹

12월 31일 우한바이러스연구소로 돌아온 스 연구원은 새로운 바이러스를 규명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의 팀은 우한 병원 환자에게서 채취한 시료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5건을 추출했고, 샘플들을 연구실로 보내져 유전자 염기서열 지도를 완성했다. 스 연구원은 연구소에서 유해 물질처리와 관련된 오류가 있었는지, 바이러스 유출이 있었는지를 점검했다. 그는 신종 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이 박쥐 동굴에서 가져온 샘플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도하기도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당시 마음의 짐을 덜었다"면서 "며칠 동안 한숨도 못 잤다"고 했다.

이후 그는 2월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할 논문을 쓰기 시작했다. ‘박쥐 기원 추정되는 신종 바이러스에 관계된 폐렴 발생’이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획기적이었다. 해당 논문에서 스 연구원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을 밝히고, 유사한 바이러스가 우한연구소에 보관돼 있다고 공개했다. 해당 샘플의 이름은 RaTG13이었다. 논문에 따르면 둘은 96.2%가 일치했고, 다른 사스형 바이러스와는 구별됐다. 이 같은 유사성을 근거로 스 연구원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유래했다는 증거라고 제시했다.

그런데 해당 샘플은 이전 논문에서 RaBtCoV/4991로 명명된 바이러스와 같은 것이었다. 2016년 논문에서 2013년 7월 24일 폐광에서 채취했다고 밝힌 바이러스 샘플이었던 것이다. 스와 그의 연구팀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바이러스에 새로운 이름을 붙였지만, 인도와 오스트리아 연구진은 2016년 논문에 나온 폐광 샘플과 RaTG13의 부분 염기 서열이 100% 일치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폐광 샘플의 일부는 코로나 19 바이러스와 98.7%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정리 팀과 15년간 함께 일해온 피터 다스작 에코 헬스 얼라이언스 대표도 선데이타임스에 RaTG13은 폐광에서 발견한 바이러스 샘플과 같다고 확인했다. 다만 그는 "이름을 다시 붙인 건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관련 기사 : 코로나 바이러스, 이미 7년전 중국 동굴서 발견)

2013년 우한연구소는 초기 작업 후 해당 바이러스가 사스와 가깝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자 추가 작업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니콜라이 페트로프스키 호주 플린더스대 교수는 “3명의 죽음과 연관된 바이러스에 대해 더 분석을 수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다스작 대표에 따르면 RaTG13에 대한 전체 염기서열 분석이 끝나자 샘플은 분해됐다. 그는 “연구원들이 그걸 배양하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그래서 사라져 버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네이처가 우한연구소에 샘플의 유래를 분명히 밝히기 위해 오자(誤字)를 명시해달라고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우한연구소 측은 묵묵부답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처 측은 “해당 논문과 관련된 우려에 대해 알고 있으며 검토하고 있다”며 “현 시점에서 더는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우한연구소 왕 얀이 소장은 지난 5월 연구소 유출설에 대해 ‘완전한 날조’라고 반박했다. 그는 “RaTG13 게놈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바이러스를 살릴 수는 없었다”며 “따라서 유출됐을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선데이타임스에 의견을 밝힌 전문가들은 항체 양성 반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킨 히버드 런던 보건대학원 교수는 “항체는 사스와 관련된 바이러스가 사망 원인이라는 중요한 증거”라고 말했다.

파키스탄에서 검채 채취작업을 하는 모습.

◇ 바이러스의 기원과 조사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정확히 어디서 유래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하버드대 연구진은 우한 병원 주차장을 찍은 위성사진을 분석해 작년 8월부터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중국 언론에서는 작년 10월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참석한 외국 선수에게서 시작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한대 연구진에 따르면 9월29일 입원한 환자가 코로나 환자와 비슷한 증상을 보였지만 사망해 확인은 불가능하다. 우한시 데이터베이스를 보면 11월 14일과 21일에 의심 환자가 있지만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오수를 검사한 결과 이탈리아에 이미 12월 18일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중국 보건당국은 사태 초기 발원지로 지목됐던 화난 수산시장에 대해 확산에 영향을 줬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원을 알고 이해하는 것은 이 같은 위기가 다시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중요하지만, 중국에서 이를 언급하는 것은 금기시되고 있고 중국이 국제적인 조사를 받아들일 확률도 떨어지고 있다. 미국 럿거스대 리처드 이브라이트 교수는 “중국이 공개적이고 투명한 국제 조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50%도 안 된다”며 “불행하게도 미국 대통령의 형편 없는 대처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쿵 플루’와 같은 수사를 써가며 코로나 바이러스를 외교 무기로 쓴 탓에 원인을 파악할 기회를 놓치게 됐다는 것이다.

다스작 대표 같은 이들은 바이러스가 중국 남서부 지역에서 유래한 뒤 사람이나 동물에 의해 우한으로 옮겨졌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감염된 바이러스가 윈난에서 우한까지 1000마일(약 1600㎞)을 뚜렷한 발병 없이 이동하는 게 가능하냐”는 반문이 나온다. 히버드 교수는 “젊은 감염자가 감염된 천산갑을 들고 와서 팔았을 수 있다”며 “이때 젊은이는 무증상 감염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박쥐를 연구하는 젊은 학생이 무증상 감염인 채 바이러스를 옮겼을 수도 있다”고도 했다. 우한질병통제센터와 같이 우한바이러스연구소와 비슷한 연구를 수행하는 곳에서 바이러스가 퍼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한질병통제센터의 톈진화 연구원은 박쥐 1만 마리를 잡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편 폐광에서 채취한 바이러스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변이했을 가능성에 대해선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호주 생물학자인 에드워드 홈스는 “4%의 차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50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히버드 교수는 “자연에서 변형되는 데 20년까지는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지난 6개월간의 변이 과정을 같은 추세로 따른다는 가정에 따른 결과일 뿐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이브라이트 교수는 “바이러스가 숙주를 바꾸고 새 숙주에 적응할 때 진화적 변화의 폭은 더 커진다”며 “만약 폐광에서 채취한 바이러스가 2019년 11월 이전에 인간으로 퍼졌다면 코로나 바이러스로 변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실험실에서 이뤄진 작업이 30~50년에 이르는 진화적 거리를 줄였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선데이타임스는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측에 각종 의문에 대해 질문했지만, 답을 얻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