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웹의 인터넷 서비스용 소형 위성 상상도. 원웹은 이런 위성 4만2000기를 지구 저궤도에 발사할 계획이다.

영국 정부가 부도난 업체를 살려내자 천문학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해당 업체가 천체 관측을 방해하던 군집 위성 업체이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와 인도 통신업체인 바르티 글로벌은 지난 3일(현지 시각) 10억 달러를 투자해 위성업체 원웹(OneWeb)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원웹은 지구 저궤도에 무게 150㎏의 소형위성 648기를 쏘아 올려 전 세계에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지상에 광통신망을 구축하지 않고 소형 위성으로 통신을 중계하겠다는 것이다. 원웹은 이미 위성 74기를 발사했다.

하지만 회사는 지난 3월 돌연 기업 가치 극대화를 위해 사업 매각을 추진한다며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아마존 등이 위성 통신망 사업에 뛰어들면서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당시 회사는 “자금 조달을 위한 논의를 지속했으나 우한 코로나 확산 영향과 시장 변화로 진전을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군집위성 업체 회생에 천문학계 반발

천문학자들은 지난해 스페이스X가 군집 위성 ‘스타링크’를 처음 발사했을 때도 천문관측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지구 저궤도에 수천 기의 군집 위성이 운영되면 위성에서 반사된 빛이 지상의 천체관측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세운 스페이스X는 고도 500~1200㎞ 지구 저궤도에 위성 1만2000기를 쏘아 전 세계를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1차로 1584기로 올 연말까지 미국과 캐나다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인데, 이미 540기를 발사했다.

천문학계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달 22일 한국천문연구원의 박영식 선임연구원이 헤르쿨레스 별자리에 있는 구상성단(球狀星團) M13을 관측하다가 스타링크 위성이 천체관측을 방해하는 모습을 촬영했다. 구성성단을 찍은 영상에 군집 위성들이 지나가면서 남긴 선들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6월 22일 21시 13분 충북 괴산에서 한국천문연구원 박영식 선임연구원이 촬영한 구상성단 M13(가운데)과 선 모양으로 나타난 스타링크 8기의 궤적들.

스페이스X는 천문학계의 반발에 검은 도료를 칠해 빛 반사를 줄인 ‘다크샛(DarkSat)’과 반사방지 패널이 장착된 ‘바이저샛(VisorSat)’을 개발해 시험 발사했다. 하지만 박영식 선임연구원은 “스페이스X가 대책 마련을 하고 있지만 이미 발사된 위성들은 수명이 다할 때까지 여전히 지상 망원경을 이용한 천체관측에 어려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군집 위성은 인터넷 대신 GPS에 활용

원웹이 부도에서 회생하자 군집 위성으로 인한 천체관측 피해가 더 가중될 상황이 됐다. 특히 영국 정부가 원웹을 인수하자 회사는 위성 운영 목표를 4만2000기로 더 확대했다.

원웹의 위성 운용 고도는 1200㎞로 천문학자들에게 최악의 상황이다. 천문학자들은 이 고도로 위성이 가동되면 현재 칠레에 세우는 베라 C. 루빈 천문대의 지름 8m 천체망원경이 밤새 위성이 지나가면서 남긴 줄을 볼 수밖에 없다고 예측했다. 마크 맥코린 유럽우주국(ESA) 수석 과학 자문은 유럽천문학회가 주최한 행사에서 “1000㎞ 고도의 물체는 천문학의 진정한 살인자”라고 우려했다.

원웹 군집 위성 시스템. 지상에서 바로 위 지구 저궤도의 위성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면 우주에서 위성들이 원하는 지점 상공의 위성까지 중계한다. 최종적으로 이 위성이 지상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면서 인터넷 서비스가 이뤄진다.

영국 정부는 이날 “원웹 인수가 우주 선진국에 참여하기 위한 정부의 계획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군집 위성의 용도를 인터넷 서비스에서 위성항법시스템(GPS)까지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한 영국이 원웹 군집 위성으로 유럽 고유의 갈릴레오 위성항법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