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한·EU(유럽연합) 화상 정상회담에서 미국 대선 이전 미·북 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밝힌 데 대해 미국 조야(朝野)에선 일단 회의적인 반응이 나왔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1일(현지 시각) 문 대통령의 제안과 관련한 본지의 질의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한반도 사정에 밝은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8월에는 (대선 후보 공식 선출을 위한) 공화당 전당대회가 있다"며 "11월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은을 만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에 어떤 '선물(도발)'을 주려고 하는지 주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보다는 북한의 도발을 더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이후 본격화할 대선 토론회와 유세 등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북 회담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또 미국 대선은 주로 국내 문제로 맞붙는다. 외교 이슈는 대선 국면에선 잘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손해인 경우가 많다. 코로나 확산과 인종차별 반대 시위로 타격을 입은 트럼프 대통령이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김정은을 만날 이유가 별로 없는 셈이다.

미 국무부도 코로나로 업무 차질이 빚어지고 휴가철이 겹치면서 북한과 실무회담을 준비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지난달 29일 화상 세미나에서 "대선 전까지 정상회담이 열릴 것 같지 않다"고 한 것은 이 같은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전직 관리들도 성사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전망했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이날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대선을 불과 4개월 앞두고 전개된 이런(코로나 등 혼란스러운) 환경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전략에 북한과 정상회담을 끼워 넣을 공간이 없다"고 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도 "북한 역시 누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미국과 정상회담을 해도 얻을 게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북한이 5개월 뒤에 사라질지도 모르는 미국 대통령과 왜 대화하려 하겠나"라고 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담당 부차관보는 "미국이 북한과 정상회담을 열 수 있는 조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 또는 '자랑거리'로 내세울 만한 북한의 양보가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북한 김정은과의 만남은 더 이상 신선하지도 않을뿐더러 트럼프 대통령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예측할 수 없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성격상 깜짝쇼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CNI) 한국 담당 국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해 2차 미·북 정상회담은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컸다"며 미 대선 전 3차 미·북 정상회담 추진을 주장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로버트 오브라이언 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한때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였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캠프에서 함께 일하는 등 친분이 깊다. 이 때문에 백악관이 3차 정상회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