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다중이용시설 출입 시 발열 체크가 사실상 의무화되면서 방문객들의 체온을 재는 아르바이트 구인 공고 또한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2일 주요 아르바이트 관련 사이트에는 최근 2주간 30여 건이 넘는 체온 측정 아르바이트 구인 공고가 올라왔다. 근무지는 기업 빌딩을 비롯해 관공서, 물류센터, 학원, 대형병원 등으로 다양하고 통상 하루 6~8시간 근무하면서 일급 7만~10만원(소득세 제외)을 받는다. 방문객 체온을 재는 비교적 낮은 근무 강도에 최저임금을 웃도는 금액을 받을 수 있어 지원자가 적지 않다. 지난 30일 올라온 한 외국계 IT기업의 경우 발열 체크 전담팀 10여명을 모집하는 데 하루 만에 30여명이 지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에게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교육이나 물품 제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직장이 나온다. 직장인 서모(26)씨는 "아침에 출근하는 데 마스크를 반쯤 걸친 직원이 체온계를 대서 불안했다"며 "KF94 마스크를 써도 완벽하게 감염 차단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데 혹시 확진자가 출입하면 직원을 통해 다 옮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날 발열 체크 아르바이트 공고가 가장 많이 올라온 한 물류센터 채용담당자에게 전화해 "사전에 방역 관련 교육이 있냐"고 묻자 "따로 없고 내일 출근 시간 30분 전에 와서 일할 위치만 안내받으면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하루 10시간을 일하고 11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앞서 전화한 다른 지역의 물류센터는 이미 자리가 꽉 찬 상태였다. 하지만 공고문 어디에도 마스크 제공 여부 등 방역 관련 내용은 없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체온 점검이 서로 가까운 거리에서 이루어지는 데다 기업·물류센터 등 다중밀집 시설은 실내일 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이 많아 호흡을 통한 전염 가능성이 더욱더 높다"며 "KF80 이상의 마스크를, 코와 입을 충분히 가리게 밀착해서 제대로 써야 한다"고 했다.
적지 않은 병원이나 직장 등이 발열 체크를 외부 인력에 의존하고 있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직원들의 피로도가 높아져 체온을 재는 일용직을 뽑아달라는 대책위까지 열렸다"고 했다. 방역 당국도 최근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반년째 이어지면서 담당 인력들의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다"면서 인력 교체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태형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발열 체크 아르바이트 같은 대체 인력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꼭 필요한 직업"이라며 "아르바이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들을 뽑는 관리직에서 감염 확산을 막는 제대로 된 규정을 만들고 엄격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