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NC전에서 승리하고 포수 정보근과 기뻐하는 강동호.

2017년 6월 27일은 롯데와 LG 팬들이라면 쉽게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오후 6시31분에 시작한 경기는 자정을 넘어 28일 0시9분에야 끝났다. 5시간38분의 혈투. 프로야구 역사에서 자정을 넘긴 여섯 번째 경기였다.

양 팀은 5-5로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연장으로 돌입했다. LG가 10회초 이천웅의 만루홈런 등으로 5점을 뽑아내면서 승부는 기우는 듯했다. 사직구장의 많은 팬들이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었다. 롯데가 4안타를 터뜨리며 10-10 동점을 만들면서 경기는 결국 12회말까지 이어졌다.

치열했던 승부는 허무한 실책으로 갈렸다. 12회말 10-10으로 맞선 1사 1·2루 상황에서 전준우가 때린 강한 타구가 중간 외야 쪽으로 흘렀다. 중견수가 제대로 포구했다면 2루 주자가 3루에서 멈췄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LG 중견수 안익훈이 공을 뒤로 흘리며 2루 주자 이우민이 이날 경기 마지막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롯데가 11대10, 극적인 승리를 거두는 순간이었다.

이날 롯데의 승리 투수는 강동호였다. 10번째 투수로 연장 11회에 등판한 강동호는 2이닝 동안 8타자를 맞아 1안타 3볼넷을 내줬지만 실점 없이 막아내며 ‘6·27 대첩’의 승리 투수가 됐다.

30일 NC전에서 강동호가 역투하는 모습.

그리고 2020년 6월 30일. 이날도 3년 전처럼 혈전이었다. 강동호는 8-8로 맞선 연장 10회말 팀의 11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11명은 KBO리그 역대 한 팀 한 경기 최다 등판과 타이기록이었다. 강동호는 2사 만루 위기에서 이명기를 우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잡아내며 불을 껐다. 끝내기 패배를 가까스로 면한 순간이었다.

롯데는 11회초 이대호의 투런 홈런으로 10-8로 앞섰다. 이제 10회말에 이어 11회말도 강동호가 막아내야 할 차례. 더는 마운드에 올라올 투수도 없는 상황에서 강동호는 투 아웃을 잡아냈다. 마지막 타석은 NC 최고 스타 나성범. 투스트라이크 원볼 상황에서 포수 사인에 고개를 한 번 저은 강동호는 시속 144km짜리 높은 직구를 과감하게 던졌고, 나성범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강동호가 1099일 만에 1승을 추가하며 통산 3승째를 수확하는 순간이었다.

강동호는 배재고·원광대를 거쳐 2017년 롯데에 2차 3라운드 23순위로 지명됐다. 입단 첫해인 2017시즌엔 구원 투수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27경기에 나서 2승1패, 평균자책점 4.79를 기록했다.

시즌이 끝나고 상무 야구단에 입대한 강동호는 작년 전역 후 올 시즌을 준비했다. 지난달 23일 1군에 합류한 그는 키움전에서 이정후와 박병호에게 백투백 홈런을 맞는 등 5실점했다. 27일 삼성전에선 2이닝 1실점했고, 거의 한 달 만의 등판인 이번 NC전에서 오랜만에 웃었다. 박진형·구승민 등 필승조가 무너진 경기에서 마지막에 나와 승리의 주역이 됐다.

엎치락뒤치락하며 연장 혈투를 벌일 때면 영웅처럼 등장하는 강동호. 롯데 팬들은 나성범을 삼진으로 잡는 장면을 돌려보며 강동호가 롯데 불펜의 한 축을 확실하게 맡아주길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