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탈북민 정착지원금 100억원이 삭감된 정부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원안(原案) 그대로 통과시킨 것으로 30일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은 단독으로 진행한 추경 심사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3차 추경안(35조3000억원)에 더해 약 3조원을 증액했는데, 탈북민 정착지원금만큼은 이례적으로 깎은 것이다. 이를 두고 야당에서는 "탈북민을 인간쓰레기로 지칭한 북한 김여정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미래통합당 지성호 의원실에 따르면, 통일부는 3차 추경안에서 탈북민 정착지원금 약 99억8000만원을 삭감했다. 기존 예산(393억원)의 25%에 달하는 액수를 한 번에 줄인 것이다. 이에 따라 탈북민 정착기본금 24억5000만원, 주거지원금 71억4000만원, 탈북민 고용지원금 3억9000만원이 삭감됐다.

또 하나원에서 진행하는 탈북민 교육훈련 예산도 12억9200만원가량 깎였다. 교육훈련에 쓰이는 의류와 물품 등 탈북민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비용들이 감소한 셈이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코로나 사태로 탈북민 입국자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어 (탈북민 정착 지원) 예산을 삭감했다"며 "(탈북민을 인간쓰레기로 지칭한) 북한 김여정 담화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7년간 추경에서 탈북민 정착지원금이 삭감된 전례가 없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지난 29일 추경 심사에서 야당을 배제한 채 이 같은 내용의 정부안을 64분 만에 의결했다. 사실상 꼼꼼히 따져보는 심사 과정은 생략됐다. 민주당 송영길 외통위원장이 같은 당 외통위원들에게 "정부가 제출한 원안대로 의결하고자 하는데 이의가 있느냐"고 물은 뒤 "이의가 없으므로 가결됐다"고 의사봉을 두드리는 식이었다.

야당에서는 "탈북민 정착지원금 삭감은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경기 부양이라는 3차 추경안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에 삭감된 탈북민 정착지원금 가운데 고용지원금까지 포함됐기 때문이다. 탈북민 출신인 지성호 의원은 "민주당이 역대 최대 규모라는 35조원 규모의 추경안에 3조원 추가 증액까지 해놓고 탈북민 예산 112억원만큼은 기어이 깎은 것"이라며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추경안에서도 정부가 북한 눈치를 봐야 하느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