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이 지난 26일 아버지 조양래 회장의 지분 전량(23.59%)을 사들여 최대 주주(42.9%)로 올라서자, 형인 조현식 부회장과 누나들이 "가족 간 합의를 깼다"고 주장하며 반격에 나섰다. 조현식 부회장(지분 19.32%)은 지분 11.65%를 보유한 누나 2명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3남매 "막내가 합의 깨고 아버지 회유"

30일 재계에 따르면, 조현식 부회장과 누나들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조희원씨는 조현범 사장이 아버지 보유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당황스러워하며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입장을 전해 들은 한 재계 인사는 "작년 말 가족회의에서 앞으로 가족들은 서구식으로 이사회 구성원으로만 있고, 전문 경영인을 둬 경영하는 방식으로 가기로 했다"며 "이에 따라 조양래 회장 지분은 취지대로 재단 설립 후 재단에 기증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조현범 사장이 이 합의를 깨고 조 회장을 회유해 다른 가족들의 동의 없이 독단적으로 주식을 양도받았다"고 주장했다. 장녀인 조희경 이사장은 조만간 3남매를 대신해 이와 관련한 입장문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 왜 차남에게 '기습 매각'했나

조현식 부회장을 포함한 3남매의 주장이 맞는다면, 조양래 회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고, 지분을 재단에 출연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자녀들에게 "지금 물려준 재산에 고마워하며 살라"는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그동안 두 형제가 지분을 똑같이 나눠 갖도록 하고 '형제 경영'을 하도록 해왔다. 이에 따라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이 지주사 대표이사를 맡고, 차남인 조현범 사장은 사업회사(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를 맡아 표면적으로는 우애 있는 경영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은 조현범 사장이 주도적으로 경영을 해왔고, 형은 지주사 부회장으로 사업 일선에서 한발 물러나 있었다.

그러다 조현범 사장이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작년 12월을 전후해 형제간 갈등이 심화했다. 조현식 부회장이 사내 입지를 공고히 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조 부회장은 동생이 구속돼 있던 지난 3월, 그룹 사상 최초로 주주 서신을 보내 정도경영과 지배구조 개선, 주주 가치 제고를 약속했다. 조현범 사장은 이때 큰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조현범 사장은 2심 재판을 앞두고, 최대 주주 지위를 확보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다시 구속되더라도, 지분율은 변하지 않으며 강력한 '조현범 체제'를 미리 구축해 놓을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최근 형제간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이래선 회사가 잘못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평소 경영 능력이 낫다고 판단한 차남에게 지분을 몰아줌으로써, 형제간 분쟁을 차단하려 했다는 것이 재계 해석이다.

이날 한국타이어 측은 "앞으로도 형제 경영은 변함없을 것이며, 조희원씨도 회사 측에 '중립' 입장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현식 부회장이 누나들과 반격에 나설 것을 예고하면서 분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3남매 지분을 다 합쳐도 30.97%로, 조현범 사장(42.9%)에게 대항하기 쉽지 않지만 국민연금(7.74%)과 다른 기관투자자의 지지를 끌어낼 경우 승산이 없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양쪽이 추가로 지분을 매입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