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탐 빈 칼리드 알사우드 왕자가 공개한 사우디 왕실 여성 경호원(오른쪽)의 모습.

‘여성 인권 후진국’으로 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 왕실 경호원의 모습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사우디 왕가의 사탐 빈 칼리드 알 사우드 왕자는 지난 26일(현지 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사우디 왕궁 내부에서 경호 중인 여성 경호원의 사진을 올렸다.

그러면서 “왕실 경호원의 임무 중 하나는 행사 시 국왕과 외빈들의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여성 경호원의 역할은 동행한 여성 외빈이나 여성 사절단을 보호하는 일이며, 이는 아름답고 중요하다”고 썼다.

사진 속 여성 경호원은 검정색 베레모와 마스크, 유니폼을 착용한 채 차렷 자세로 남성 경호원과 나란히 서 있다.

사탐 빈 칼리드 알사우드 왕자 트위터

사우디 왕실의 여성 경호원이 외부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우디 왕실은 여성 경호원을 고용했다고 별도로 발표하지는 않았다.

다만 걸프뉴스 등 중동 지역 언론에 따르면 27일 사우디 국방부는 군 전투병과에서 여성들을 대상으로 채용의 문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군 인력의 30%를 여성이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전까지 사우디 여성들은 군 내에서 주로 의료 등 비전투 분야에 종사했다.

사우디는 중동의 다수 이슬람 국가들과 마찬기지로 여성 인권 수준이 높지 않다. 하지만 2017년 무함마드 빈살만이 실세 왕세자로 떠오르면서부터 지속적으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시대착오적 정책에 대한 여성과 젊은 층 사이의 불만이 커지는 것을 인식했다.

2019년 사우디 여성 최초로 카레이싱 대회에 참가한 리마 주팔리

이에 사우디에서는 축구를 비롯한 야외 스포츠 경기장에 여성 출입을 금지했다가 2018년부터 남성 보호자와 함께하는 조건으로 여성의 출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영화·공연 관람도 허용했다.

이어 그해 6월에는 여성에게 운전면허증 발급을 허용해 ‘지구상에서 여성이 운전할 수 없는 유일한 국가’라는 오명을 씻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