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정치권에서는 추미애 장관이 전날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쏟아낸 '거친 발언'이 입길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너무 심해서 당황스러웠다"는 반응이 나왔고, 야당에서는 "인성(人性)의 문제" "꼰대 발언"이라는 비판과 함께 "해임하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추 장관은 지난 25일 민주당 초선 의원 간담회에서 "검찰총장이 제 지시를 절반 잘라먹었다"며 "장관 지휘를 겸허히 받아들이면 좋게 지나갈 일을 (윤 총장이) 새삼 지휘랍시고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고 했다. 추 장관은 말하는 도중 책상을 쿵쿵 치면서 "역대 검찰총장 중 이런 말 안 듣는 총장과 일해본 장관이 없다"며 "장관이 이럴 정도로 (총장이) 개혁 주체가 아니라 개혁 대상이 됐구나 증명한 것"이라고 했다. 최근 '한명숙 불법 정치자금 수수' '검·언 유착' 사건을 두고 윤 총장이 추 장관 자신의 지시 사항을 그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질타한 것이다.

추 장관은 같은 자리에서 초선 의원들에게 "정치는 꽃길 걷는 게 아니다"라며 "장관을 열심히 흔들면 저 자리가 내 자리가 되겠지 하고 '장관 밀어내기'를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추 장관은 그러면서 지난 18일 법사위 얘기를 했다. 당시 송기헌 의원이 "추 장관 같은 분도 검사들하고 일하면서 검사에게 순치(馴致)된 것 아닌가"라고 하는 등 민주당 의원들이 추 장관을 몰아붙이자, 추 장관은 "지나치다. 굉장히 모욕적"이라고 받아쳤다. 민주당 인사들은 "여당에 '장관 흔들기' 할 생각 말라고 경고한 것 같다"고 했다.

추 장관은 과거부터 특유의 강성 스타일과 독설에 가까운 발언으로 '추다르크'라는 별명까지 얻었지만, 법무장관 취임 이후 이 같은 모습이 더 잦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추 장관은 지난 1월 검사장급 인사에서 윤 총장과 충돌하자 "검찰총장이 제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달 검사들과 식사 자리에서는 "내가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제가 볼 때 조금 못마땅했는데 '내가 싫은 사람은 나가도 좋아요' 하길래 책가방 싸서 당당하게 나갔다"는 일화를 들려준 뒤, "지금 (검찰) 인사 앞두고 있어서 혹시 그것 때문에 강요에 의해서 오신 분들 있으면 나가도 좋다"고 했다. 추 장관의 직선적 성향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말이 나왔다.

이런 추 장관을 두고 민주당 내부에선 차기 서울시장이나 대선 출마 등을 염두에 두고 정치적 존재감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추 장관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과거 때문에 지금도 친문 지지자들로부터 '의심'을 받고 있다. 그런 추 장관이 문재인 정부와 맞서는 듯한 윤 총장을 거세게 몰아붙여 친문의 '믿음'을 얻으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추 장관이 잇따라 윤 총장 비판에 나서자 친문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추 장관을 "추느님" "추다르크"라고 부르며 "추 장관이 인사권자(문 대통령) 힘을 제대로 보여줬다" "(윤 총장을) 작살내라" 등의 지지 글이 올라왔다. 여야 협상이 지지부진한 국회 상황을 언급하며 "추 장관이 국회의장을 했어야 한다"는 지지자도 있었다.

하지만 야당은 "추 장관이 '자기 정치'를 위해 장관 품격을 버렸다"고 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사이에 저런 과도한 말이 오가는 건 처음 본다"며 "인성의 문제"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지킬 건 지켜야 하는데 말을 너무나 쉽게 뱉는다"고도 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런 법무장관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문 대통령은 즉각 해임하라"고 했다. 정의당도 추 장관 비판에 가세했다. 김종철 선임대변인은 "전반적으로 표현이 너무 저급하고 신중치 못하다"며 "책상을 쿵쿵 치며 '애들이 말을 안 듣는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요즘 말로 전형적인 꼰대 스타일의 발언"이라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일진이냐… 이분, 껌 좀 씹으시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