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을 했던 작년 2월에도 북한은 계속 핵무기를 증산(增産) 중이었다는 미 국무부의 보고서가 23일(현지 시각) 공개됐다.

국무부는 이날 의회에 제출한 '군비통제, 비확산, 군축 조약과 약속의 준수에 관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내내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계속되는 북한의 핵물질 생산에 대한 중대한 우려를 갖고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무부는 또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가 달성될 때까지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는 유지되고 완전히 이행될 것"이라고 했다.

美 2개 항모전단 필리핀해 훈련 모습 공개 -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가 23일 필리핀해에서 실시한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CVN-71)과 니미츠함(CVN-68)의 훈련 사진을 공개했다.

국무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를 인용해 미·북 간 정상회담과 실무협상이 진행되던 2018~2019년에도 북한이 계속 핵시설을 가동했다고 밝혔다. 황해북도 평산의 우라늄 광산과 농축공장에서는 우라늄 채굴·분쇄·농축이 진행 중이란 정황이 포착됐다고 국무부는 전했다. 평안북도 영변의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시설도 냉각 장치가 계속 돌아가는 등 가동 중이었다고 한다. 국무부는 영변에 건설 중인 실험용 경수로(ELWR)에서도 원자로 주요 부품을 옮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며 그 시설의 건설 목적이 "(전력 공급보다는) 핵무기 생산을 위한 우라늄 농축 기술 보유에 있다"고 판단했다.

북한이 2018년 5월 폭파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해서도 국무부는 "확실히 복구가 가능하다"고 했다. 국무부는 작년 보고서엔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에 대해 "긍정적 조짐"이라고 평가했지만 올해는 이 문구가 빠졌다.

특히 국무부는 "북한에 미확인 핵 시설이 추가로 있을 수 있다"면서 "다른 핵실험장의 개발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된 대목에 "추가 정보는 기밀 등급이 높은 부록에서 제공된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핵시설 의심 장소에 대한 기밀 정보를 의회에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국무부는 또 북한이 "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생물무기 물질을 축적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국무부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제재를 계속하면서도 "건설적 협상"에 나설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마크 내퍼 국무부 부차관보는 이날 미국의 비영리재단 아시아소사이어티가 개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외교의 문은 열려 있고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 6월로 돌아가고 싶다는 데 대해 한·미의 관점이 일치한다"며 "우리는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고 북핵·미사일 문제의 외교적 해결에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이날 발간한 '인공지능(AI), 전략적 안정성과 핵 리스크'란 보고서에서 북한이 AI를 이용해 미국의 핵 명령·통제·소통(NC3) 체계를 교란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2009년부터 북한의 사이버 테러를 지휘해 온 정찰총국 내의 121국 91부대가 미국의 NC3를 겨냥한 사이버 작전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한·미 시스템의 취약점을 찾아 보완이 이뤄지기 전에 공격하는 이른바 '제로데이(Zero Day)' 사이버 공격을 해왔다. 만약 미국의 NC3 체계에 대해서도 이런 공격을 할 수 있다면 한국에 대한 핵 억지력 제공이 무력화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