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토론회에서 강하게 충돌하는 이슈 중 하나가 기본소득이 소득 재분배 효과가 있느냐 여부다. 23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사회안전망 4.0과 기본소득제' 정책토론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기본소득 찬성론자들은 소득 재분배 효과가 크다고 주장했고, 반대론자들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재원 마련 과정에서 재분배 효과"

이날 토론회에서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는 이원재 랩2050 대표는 "소득세 누진성을 강화하는 형태로 제도를 도입하면 현행 사회보장제도에 비해 획기적으로 소득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시나리오에서 소득 상위 20~30%는 손해를 보고 나머지는 이익을 얻는 결과가 나왔다"며 "예를 들어 현행 제도에서는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의 50% 이하 소득자 비율)이 15.3%지만 내년에 30만원의 기본소득을 제공할 경우 빈곤율이 14.7%로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본소득 액수가 클수록 빈곤 감소 효과가 커졌다"고 말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등도 "기본소득 지급을 위한 과세가 누진적이기만 하면 GDP(국내총생산)의 20% 수준에 상응하는 재원을 바탕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할 경우 (소득 불평등을 보여주는) 지니계수 개선율이 적어도 20% 이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주장을 살펴보면 소득 재분배 효과는 기본소득을 지급할 때가 아니라 재원 마련을 위해 세금을 누진적으로 매기는 과정에서 생긴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재원이 소득공제를 없애는 것이든, 국토보유세든 데이터세든 가난한 사람에게 적게 걷고 부유한 사람에게 많이 걷는 과정에서 소득 재분배 효과가 생긴다는 말이다.

◇"기본소득, 저소득층에 손해"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을 반박하는 학자도 많다.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최대 수혜자는 근로 가능 인구이고, 빈곤층은 오히려 혜택이 줄어든다는 것이 연구 결과"라고 말했다. 증세 없이 기본소득을 도입하려면 기존에 빈곤층에 집중한 복지 혜택을 분산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혜택은 기존에 비용을 대던 입장이었던 근로 가능 인구로 흘러 들어간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소득 분포가 '1, 2, 3, 4, 5'인 사회가 있고 재분배에 쓸 자원이 5라면, 기본소득 방식대로 모두에게 1씩 기본소득을 지급할 경우와 선별 지급해 1에게 2, 나머지는 1씩, 5에는 지급 안 할 경우를 비교해 보라"고 말했다. 같은 재원을 쓰면 당연히 저소득층을 두껍게 선별 지원해야 불평등을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도 23일 토론회에서 "기본소득은 가난한 사람에게도 부자에게도 똑같은 금액을 주고, 일하는 사람에게도 실업자에게도 똑같이 주자는 것인데 어떻게 소득 재분배 효과가 생기겠느냐"고 반문했다.

객관적인 기관의 연구 결과는 어떨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2017년 유럽 4국을 대상으로 예산 증액 없이, 모든 은퇴 이전 인구에게 주택 보조금·현물을 제외한 기존 복지 혜택을 삭감해 재원을 마련하는 조건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할 경우 빈곤 해소 효과를 시뮬레이션(모의실험)해 보았다. 결과는 모든 국민에게 똑같이 나눠주는 기본소득은 빈곤 수준을 낮추는 데 실패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 성인은 기본소득으로 월 456유로(약 62만원)를 받는데, 프랑스 성인 1인당 빈곤선은 이보다 높은 월 909유로(약 124만원)였다. 현재 빈곤선까지 복지 혜택을 받고 있는 저소득층은 기본소득제를 실시하면 형편이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여권의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 등 진보 진영 내부에서도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오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