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을 사전 검토하고 400여곳을 수정해야 한다고 법원에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가운데 한국과 북한 관련 내용도 11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이 회고록 수정·삭제 요구를 정리해 법원에 제출한 17쪽짜리 서류.

22일(현지 시각) 공개된 17쪽 짜리 서류에 따르면 백악관은 570쪽에 이르는 볼턴의 책 내용에서 414곳을 수정하거나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 서류는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가 볼턴 회고록을 사전에 받아 검토하고 만든 목록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서류를 보면 백악관은 미·북관계 악화를 우려한듯 일부 문장을 삭제하라고 주문하거나, 단정적으로 쓴 대목에는 '내 의견으로는' 식의 표현을 추가하라고 요구했다.

예를 들어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에 대한 한국의 이해는 미국의 근본적 국가 이익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적은 문장에서 '내 추측에는'이라는 말을 추가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실제로 책에는 '내 관점에서는'이라는 표현이 추가됐다.

볼턴이 애초 "한국의 의제가 우리(미국)의 의제는 아니다"라고 쓴 대목에는 '항상'이라는 단어를 추가하라는 백악관 요구를 수용해 "한국의 의제가 항상 우리의 의제인 것은 아니다"라고 바뀌었다.

또 "북한이 정보를 숨기고 있다"고 한 부분도 백악관 요구에 따라 "북한이 핵심 정보를 숨기고 있다"고 수정됐다.

볼턴이 백악관 요구를 모두 다 수용한 것은 아니다. 볼턴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문재인 대통령도 국내 사정이 어려워지면 일본을 이슈로 만든다'고 썼는데, 백악관이 '문 대통령'을 '한국인들'로 수정하라고 요구했지만 볼턴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2018년 5월 17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앞서 미 법무부는 볼턴의 회고록 출간을 막기 위해 미 연방 법원에 출판 금지 민사소송과 금지 명령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미 20만부가 전 세계에 퍼졌고 주요 내용이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대부분 공개됐기 때문에 지금 출간을 금지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며 20일 이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