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현주 옐로우독 대표

글로벌 전략 컨설팅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첫 직장에서 일하는 서너 해 내내 '클라이언트 임팩트'라는 말을 숱하게 들었다. 처음에는 생경한 말이었다. 그저 고객 기업을 위해 어떤 효과를 내고 있는지 늘 염두에 두라는 말이려니 받아들였다. 그 직장에선 '퍼스널 임팩트'라는 말도 썼다. 채용 인터뷰에서도 인사고과에서도 중요하게 여겨지는 요소였다. 막연히 그 사람의 존재감이 얼마나 강력한지, 그가 있으므로 어떤 효과가 일어나는지 묻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당시의 나는 '강력한 한 방' 같은 말이려니 짐작한 채로 임팩트라는 말을 썼다.

임팩트는 강력하고 가시적이어야 한다

똑바르기보다는 구불구불했던 20년쯤이 지나 지금은 '임팩트 투자'를 원칙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을 하고 있다. 검색 사이트는 임팩트 투자라는 말이 "재무상 관점에서 수익을 창출하면서, 동시에 사회적·환경적 성과도 달성하는 투자"라고 답해준다. 이 해설만으로는 굳이 '임팩트'라고 부르는 이유를 짐작하기 어렵다. 임팩트 투자라는 이름은 2007년 록펠러 재단이 처음 붙였다는데, 당연히 그 훨씬 전부터 사회적 성과를 고려하는 투자 활동은 존재했고 대개 '사회적 투자'라든가 '지속 가능(sustainable) 투자' 같은 말로 불렸다. 어떤 이름을 쓰게 되었는지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고, 무엇으로 불리느냐는 그 일을 하는 사람의 판단에도, 행동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믿는 편인지라, 결국 영어 사전을 들췄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의하면 임팩트의 첫째 의미는 '무언가가 무언가에 미치는 강력한 효과'이고, 둘째 의미는 '어떤 물체가 다른 물체에 부딪치는 동작, 이 동작을 만들어내는 힘'이다. 이에 따르면, 임팩트는 일단 강력한 것이어야 하고, 또 직접적이며 가시적이어야 한다. 막연한 영향이 아니라 특정한 무엇이 특정한 대상에 미치는 효과, 직접적인 접촉과 충돌을 의미하는 셈이다. 그러니까 임팩트 투자라는, 2007년 새롭게 만들어진 이 이름에는 그 투자가 있음으로 해서 사회와 환경에 일어나는 효과가 충분히 강력한지, 그리고 직접적인지, 더욱 뾰족하게 물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첫 직장이 습관처럼 "그래서 클라이언트 임팩트가 무엇이냐"를 물었듯이.

死線을 앞에 두고 일하는 스타트업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척하려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다 보니 "대기업이 하겠다고 나서면 어쩔 건데?"라는 질문을 듣곤 한다. 자금도 자원도 훨씬 많은 대기업이 내일이라도 같은 일을 하기로 결정한다면, 작은 스타트업이 버텨낼 수 있겠냐는 냉소다. 그런데 실은 이 질문은 철이 좀 지났다. 진지하게 스타트업을 보아왔고 투자해온 사람들은 뭉뚱그려 대기업이 하면 어쩌겠냐고는 더 이상 묻지 않는다. 자금과 자원이 제한되어 있기에 오히려 가능한 일들을 수없이 목도해왔기 때문이다. 언제나 자원은 모자라고, 뚜렷한 마일스톤을 만들어야만 다음 자원이 주어지며, 끊임없이 가능성을 설득해내야만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스타트업의 세계다. 이 세계에서는 '하면 좋은 일'을 할 여유는 없다.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에만 돈과 시간을 들여도 여전히 성공 확률은 높지 않다. 사선(死線)을 코앞에 둔 채로 일하는 세계다. 그래서 폭발력이 생겨난다.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을 해서 생기는 힘은 큰 자원이 주는 힘과 같은 선상에서 견줄 수 없는 속성의 것이다.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만을 해야 할 때는 해야 할 이유를 날카롭게 따지고 그 효과를 명징히 설명하고 보여주어야 한다. 말 그대로 임팩트 있는 일만을 해야 하는 것이다. 임팩트 투자를 업으로 삼은 사람으로서, 내가 하는 투자가 사회에 또 환경에 어떤 임팩트가 있느냐고 물을 때의 엄정함 역시 그래야 할 것이라고 새삼 새기고 반성한다.

그러나 여기 중요한 전제가 하나 있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이냐에 100이면 100, 모든 사람이 합의할 수 있는 답 같은 건 없다.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품고 있느냐에 따라 그 답은 달라진다. 임팩트를 묻는 건 사회가, 혹은 어떤 기업이, 심지어는 개인으로서 내 삶에서 반드시 답해야 할 질문, 가져야 할 해법이 무엇인지 묻는 일이기도 하다. 이 질문을 치열히 거치고 나서 하게 되는 일만이 비로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된다. 끝없이 이 질문을 던지며 일하는 게 '임팩트 애티튜드'이고, 이 질문을 끝없이 던지고 토론하는 게 자연스러운 문화가 '임팩트 컬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