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기자에게 '미스터트롯' 가수 임영웅 팬들로부터 이메일과 소셜 미디어 DM(다이렉트 메시지)을 통해 여러 통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모두 비슷한 내용의 분노와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었다. 바로 MBC '구해줘! 홈즈'에 대한 불만이었다. '구해줘! 홈즈'는 의뢰인 조건에 맞춰 집을 구하면서 부동산과 인테리어 등 실용 정보를 전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21일 밤 방송에선 '포천의 아들' 임영웅과 '의정부의 조카' 김희재가 자신들에게 익숙한 지역인 경기 북부의 집을 '자존심을 걸고' 구해주는 '코디네이터'로 등장해 주목받았다.

'구해줘! 홈즈' 예고편 캡쳐

문제는 지난주 게시된 예고편과 21일 당일 '구해줘 홈즈' 홈페이지에 오른 보도자료격의 '홈즈 뉴스'에 있었다. 15일 게재된 예고편에서 임영웅의 애칭인 '임히어로(hero)'에서 착안한 '임히어(here)로(여기로 오세요)'라는 별칭의 매물을 선보이는 집을 설명하면서, 임영웅이 작은 방을 두고 "'드레싱 룸'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말에, '드레싱 룸'(?)이라는 자막을 붙인 것. 이때만 하더라도 어떠한 전개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말솜씨가 기대된다"는 반응이 높았다. 하지만 21일 방송 당일 오전에 오른 '홈즈뉴스'에선 이렇게 적고 있다. "임영웅은 '드레스 룸'을 소개하면서 '드레싱 룸'으로 잘못 말해 스튜디오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에 임영웅은 '드레스 룸에서 아침마다 드레싱을 만들면 된다'고 말하는가 하면, 드레스 룸을 볼 때마다 드레싱 룸으로 말하는 역대급 입담을 선보였다고 한다."
'문제'의 부분을 눈치 채셨는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옷 갈아입는 '탈의실'이나 작은 옷방은 임영웅이 말한 대로 '드레싱 룸(dressing room)'이 맞다. '갈아입는' 동작을 담은 단어다. 제작진이 말한 '드레스 룸(dress room)'은 잘못된 표현이다. '드레스 룸'은 만들어진 조어, 즉 '콩글리시'인 셈이다. 임영웅이 제대로 된 표현을 쓴 것은 물론이거니와, 굳이 따져 예를 들면 어린 시절 한때 축구 선수를 꿈꿨던 임영웅에게 '드레싱 룸'은 익숙한 단어일 것이다. 축구의 발상지 영국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탈의실은 주로 '드레싱 룸'이라 쓰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는 라커룸, 체인징 룸이 있다. 지금도 '영웅'처럼 좋아하는 인물이 바르셀로나 구단의 리오넬 메시이고, 해외 축구 뉴스를 자주 챙겨보는 그다. 해외 축구에서 뿐만 아니라'드레싱 룸'은 쇼핑과 인테리어 용어로도 일상적이다.

'구해줘!홈즈'의 '홈즈 뉴스'에 오른 내용 캡쳐

하지만 제작진은 예고편에 이어 홍보 자료를 만들면서 잘못된 정보를 맞는 것처럼 올려놓았다. 팬들은 “(임영웅이) 맞게 말한 걸 왜 틀리다고 해 웃음거리로 만드느냐” “아무리 예능이라지만 공영방송에서 틀린 정보를 맞는 것처럼 내놓느냐”는 등 팬들의 항의가 이어진 때문인지, 아니면 뒤늦게 잘못을 깨달은 건지 본방송에선 해당되는 부분이 편집돼 이날 볼 수는 없었다. 구설을 일부 피할 수는 있었겠지만 여전히 예고 영상과 홈페이지에는 틀린 자료가 그대로 남아있다. 제작진은 임영웅을 향해 “‘역대급 입담’을 선보였다”고 말했지만 스스로 ‘역대급 무식함을 드러낸’ 셈이 됐다. 이럴 때를 위해 마련해 놓은 건지, 과거 노현정 아나운서가 유행시킨 말을 다시 한번 써야겠다. “공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