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식 블로그에 "북한은 민주주의 국가"라는 글을 올렸다고 한다. 그 근거로 정식 국명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고 "국회의원 역할을 하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은 모두 주민들이 직접 투표로 뽑는다" "놀랍게도 3개씩이나 되는 정당이 합법적 승인을 받아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와 비슷한 네 가지 (선거) 원칙을 명시했다"고도 했다. 읽는 눈을 의심케 하는 내용이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후보는 노동당이 한 명씩만 추천한다. 비밀 투표라고 하지만 투표 방식 자체가 반대표(X)를 쓰는 사람이 드러날 수밖에 없게 돼 있다. 그 결과가 뭔지는 북한 주민 모두가 안다. 그래서 대의원 선거를 할 때마다 '100% 투표, 100% 찬성'이다. 투표를 안 해도 처벌당한다. 선거가 아니라 '쇼'일 뿐이다. 북에는 천도교청우당과 조선사회민주당도 있다. 그런데 이 당들의 간부는 전부 노동당원이다. 외국 정당 대표단이 오면 쇼를 하려고 간판만 걸어둔 조직이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전북 선관위가 북을 다당제 국가처럼 설명해놨다.

이 글은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직후인 2018년 5월 올린 것이다. 정권 핵심들이 '김여정 팬클럽 회장'을 자처하던 시절이다. 김정은이 '위인'이라는 세력도 서울에서 활개쳤다. 북을 정상적이고 믿을 만한 상대로 분칠하려던 당시 정권 분위기에 전북 선관위까지 편승한 것이다. 이 글이 뒤늦게 논란을 빚자 전북 선관위는 2년여 만에 내리면서 "외부 글이지만 우리가 검토해 공식 블로그에 올렸다"고 했다.

북한은 3대 세습 왕조이고 김정은이 신(神)처럼 행세하며 주민들을 노예로 짓밟고 있다. 사람들을 멋대로 공개 처형하기도 한다. 세계 최악의 폭압 체제를 어떻게 "민주주의 국가"라고 말할 수 있나. 그것도 '민주주의 꽃'이라는 선거를 책임진 헌법기관이 그럴 수 있나. 정권이 만든 분위기에 편승해 거짓인 줄 뻔히 알면서 그런 글을 올린 전북 선관위가 놀랍게도 "정치적 중립을 철저히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