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훈 경제부 부장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자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고 주가는 자유낙하했다. 그러나 세계 각국이 통화·재정 부양책을 총동원하고 지역 봉쇄가 풀리기 시작하자 금융시장은 실물경제와는 다른 박자로 예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지난 6개월 사이에 벌어진 금융시장의 급락·급등 롤러코스터는 현기증이 날 정도다.

이렇게 큰 금융시장 변동성은 노련한 투자자에게는 희대의 성공 기회이다. 대표적 인물은 1929년 대공황 시절 미국의 전설적 투자자였던 제시 리버모어(1877~1940)이다. 그는 1929년 당시 강세장이 약세장으로 바뀌는 타이밍을 잘 포착해 대규모 주식 공매도로 큰 수익을 올렸다. 주가가 비쌀 때 빌려 판 다음 주가가 하락하면 주식을 사서 되갚는 방식이다. 남들이 빈털터리가 되어 눈물지을 때 그는 1억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위대한 곰(약세장)'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당대 최고의 금융인인 존 모건이 "주가 안정을 위해 공매도를 자제해 달라"고 리버모어에게 부탁했을 정도다.

리버모어는 어떤 투자 기법을 썼을까. 그는 먼저 변동성이 크고 거래량이 많은 주식(혹은 투자상품)을 골랐다. 그리고 주가가 움직이는 방향이 바뀔 때 자기가 가진 자금 일부를 투입한 뒤 방향이 자기 예상대로 움직이는지 지켜봤다. 그리고 예상 방향으로 움직이면 추가 자금을 두세 차례 나눠 넣었다. 방향이 맞지 않으면 10% 정도 손실이 발생할 때 매도했다. 주가가 오를 땐 주식을 사고 하락할 땐 공매도했다. 이른바 모멘텀(추세) 투자이다. 단기간에 고수익을 추구하는 공격적이고 위험도가 높은 투자기법이다.

그가 남긴 주요 발언은 다음과 같다. ①세력이 강한 업종에서 강한 기업의 주식을 골라 여기에 집중하라. ②모든 돈을 투자하지 말고 여유 자금을 좀 갖고 있어야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 ③어떤 주식을 살 만한지 아는 것만큼 어떤 주식을 피할지 아는 것도 중요하다. ④큰돈을 벌려면 장기 흐름을 잘 타야 한다. ⑤지식, 인내, 침착은 투자 성공의 핵심 포인트다. ⑥매일 일정 시간 동안 주식 연구에 전념하라.

세계 각국이 돈 풀기 경쟁을 하는 와중에 한국 정부도 3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때 31조원 규모의 채권안정펀드·증시안정기금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그전에는 연기금 자금을 인덱스 펀드에 넣기도 했다. 이렇게 금융시장에 자금이 광적으로 투입될 경우에는 리버모어의 투자 기법이 상당히 유효할 수 있다. 그래서 개인 투자자들이 모멘텀을 타려고 불나방처럼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제2의 리버모어가 되기를 꿈꾸지만, 금융시장의 속성상 섬세한 기술을 습득한 소수만이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뿐 대부분은 패자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가치 투자나 인덱스 펀드 투자를 권한다.

리버모어는 모멘텀 투자로 작은 돈을 큰돈으로 불리는 데 귀재였다. 여러 번 파산했으나 오뚝이처럼 재기했다. 하지만 하루하루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결국 63세 때 더 이상의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맨해튼의 호텔에서 권총으로 생을 마감했다. 아내에게 "나는 이제 지쳤소. 더 이상 버틸 수 없소"라는 유서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