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싱크탱크 '국가전략문제연구소(IISS)'가 최신 보고서에서 "한반도 외교를 둘러싼 낙관적 전망이 지난해 초까지는 존재했지만 현재는 대부분 소멸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9일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IISS는 지난 5일 연례 보고서 '2020 아시아태평양 역내 안보평가'에서 "미·중 간 벌어지는 신(新)냉전이라는 망령 때문에 향후 미국과 한국의 대북 외교에 상당 기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게 될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소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관계 복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을 무력화하는 직접적 계기가 됐다"며 "미·북 정상 간 직접 소통로가 구축되면서 남북 간 대화의 가치는 급격히 낮아졌다"고 했다. 이어 "김정은은 (하노이 노딜) 이후 미·북 관계가 소원해지자 시 주석에게 조언을 구하고 경제적 원조도 호소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이 주장하는 '한반도 중재자' 역할은 시 주석에게 빼앗긴 상태"라고 했다.

한국 정부가 '중재자'를 자처하며 미·북 비핵화 협상을 주선했지만, 미·북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나는 등 파행을 겪으면서 오히려 북한이 한·미를 불신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북한은 전략을 180도 전환, 전통적 동맹인 중국·러시아와 더 밀착하게 됐다는 관측이다.

IISS는 "문 대통령은 5년 임기 중반을 넘기면서 시간에 쫓기고 있다"며 "남북 관계가 2018년과 같이 짧은 시기의 평화를 다시 맞이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것이 성사되더라도 한국이 아닌 미·북 사이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정부는 남북 관계를 진전시켜 미·북 관계를 견인하는 '선순환'을 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최근 북한 선전 매체도 문재인 정부의 '남북, 북·미 선순환' 정책에 대해 "달나라 타령"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