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주로 쏘아올리는 로켓에 전 세계가 환호하듯, 150여년 전 하늘을 날아오르는 열기구는 진귀한 구경거리였다. 19세기 런던, 1만명의 관객이 모여 환호하는 가운데 열기구 '매머드'가 상공으로 떠오른다. 열기구에는 조종사 어밀리아(펄리시티 존스)와 하늘을 연구해 날씨를 예측하고 싶어하는 과학자 제임스(에디 레드메인)가 올라탔다. 10일 개봉하는 영화 '에어로너츠'는 최초로 열기구를 타고 성층권까지 진입해 기상 관측을 시도한 제임스 글레이셔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영화는 조그만 열기구에 탄 인간이 맨몸으로 상공 11㎞까지 올라가는 과정을 체험하게 한다. 두 주인공은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와 온도, 기압에 맞서 사투를 벌인다. 추락과 비상을 반복하는 열기구의 흔들림이 스크린 너머까지 생생하게 전해진다. 구름 속에서 벼락과 비바람 때문에 사투를 벌일 땐 재난 영화 못지않고, 구름을 뚫고 나온 뒤 고요한 하늘은 아름다운 자연 다큐멘터리 속 한 장면 같다. 하늘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높이 25m의 대형 열기구를 제작하고 1만1277m 고도에서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했다. 영화 '그래비티'의 음악 감독인 스티븐 프라이스가 참여해 장엄함을 더했다.
실제 역사에서 제임스 글레이셔와 함께 비행한 열기구 조종사는 헨리 콕스웰이었다. 실존했던 여성 열기구 조종사 소피 블랑샤르에게 영감받아 영화에선 콕스웰을 여성 조종사로 바꿨다. 기상 관측에만 정신이 팔린 제임스와 달리 어밀리아는 위기 상황에서 열기구 위를 기어오르기까지 하며 강인한 생존력을 보여준다. 어밀리아 역을 맡은 펄리시티 존스는 촬영에 앞서 세계적인 공연 '태양의 서커스' 팀원에게 몇 달 동안 곡예까지 배웠다고 한다. 존스와 배우 에디 레드메인은 스티븐 호킹 박사의 삶을 다룬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 이어 호흡을 맞췄다.
요즘의 우주 영화들에 비하면 열기구 모험이 다소 소박해 보일 수 있다. 변화무쌍한 날씨가 유일한 악역이다 보니 서사가 흥미롭진 않지만, 바이러스 유행으로 비행기조차 타기 어려워진 시기에 하늘 위를 나는 듯한 쾌감을 준다. 영화는 같은 과학자들조차 "점쟁이도 아니고 어떻게 날씨를 예측하냐"고 조롱하던 시대에 미지의 하늘로 떠난 인간에게 경외를 드러낸다. 제임스와 어밀리아가 그랬듯, 꿈을 꾸는 인간은 또다시 새로운 길을 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