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경제가 가라앉았지만 어떤 분야는 활활 타오른다. 안마 의자 시장이 대표적이다. 웰빙족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코로나가 닥쳐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탓이다.

우리나라 안마 의자 시장은 지난 10년간 24배나 급성장했다. 지난해 안마 의자 시장 규모는 9000억원에 이른다고 업계는 추산한다. 올해는 1조원을 가뿐하게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장사꾼은 돈이 되는 곳에 모이는 법이다. 크고 작은 업체들이 안마 의자 시장에 뛰어들었다. 시장 파이가 커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막대한 돈을 써가며 K팝 최고 스타나 골프 세계 챔피언, 인기 가수 등을 모델로 기용해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 최대 안마 의자 업체는 바디프랜드다. 지난해 매출은 4800억원. 그런데 올해 4월 15일, 21대 총선이 있던 날 바디프랜드 광고가 달라졌다. K팝 최고 인기 그룹인 방탄소년단(BTS)을 모델로 쓴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모델료는 공개하지 않는 게 관행이지만, BTS는 모델료 30억~50억원가량을 받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안마 의자 시장은 활황이지만 업체들 마음은 안락하지 않다.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광고에 나서는 까닭도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BTS 광고가 나간 직후인 지난달 바디프랜드 안마 의자 판매량은 576억원을 기록했다. 이 업체가 안마 의자를 판매한 이래 5월 매출로는 역대 최고치다. 특히 어버이날인 지난달 8일 하루 동안 안마 의자 총 954대가 배송됐다. 종전 1일 최고 대수(739대·2019년 5월 29일)보다 200여 대 많은 수치다.

제대로 된 여행이 불가능한 코로나 시대에 집 안에서라도 시원하게 건강을 관리하시라는 자식들의 효심이 작동한 탓도 있지만, BTS 광고가 큰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BTS 광고를 보고 안마 의자를 사는 30대 여성도 늘고 있다. 은행원 김모(34)씨는 "시원한 마사지가 필요하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는데, 좋아하는 연예인이 등장하는 광고가 보여 하나 들여놓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휴테크, 코지마, 파나소닉 같은 안마 의자 업체들도 바디프랜드 따라잡기에 나섰다. 이들도 안마 의자에 편하게 앉아 있는 유명 인사들을 광고에 등장시켜 소비자를 사로잡는다. 코지마는 가수 장윤정을 모델로 내세웠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888억원) 대비 21% 늘어난 1075억원. 사상 처음으로 1000억원대를 돌파했다. TV조선 인기 프로그램 '미스터트롯' 우승자 임영웅에게 안마 의자를 증정(협찬)하면서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보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는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모든 매장에서 리퍼(구매자가 단순 변심으로 반품했거나 외관이나 성능에 미세한 오류가 있지만 새 상품과 거의 차이가 없는 상품) 안마 의자 판매에 나섰다.

휴테크는 배우 정우성씨가 모델이다. '정우성 안마 의자'로 각인되면서 재미를 봤다. 또 기아자동차와 손잡고 승용차 'K9'을 사는 고객에게 300만원 상당 안마 의자를 36개월 동안 쓸 수 있도록 했다. 이 덕분에 휴테크 매출은 재작년 446억원에서 작년에는 653억원으로 뛰었다. 파나소닉 안마 의자는 세계 안마 의자 시장에서 2위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큰 영향력이 없었다. 이에 파나소닉은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무대에서 뛰는 한국인 스타 박인비와 유소연, 이정은 등을 모델로 등장시켜 반전을 노리고 있다.

각종 물품 대여(렌털)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도 안마 의자 시장에 뛰어들었다. SK매직은 지난달 340만원짜리 안마의자를 286만원으로 할인해 내놓기도 했다. 현재 시장에 출시한 고가(高價) 안마 의자가 최대 700만원대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반값 이하에 판매하는 셈이다.

소비자 욕구가 커지면서 최근 안마 의자 업체들은 발이나 종아리 등 건강에 특화된 제품을 내놓고 있다. 바디프랜드는 이달 말 목 디스크와 협착증 치료에 도움이 되는 안마 의자를 출시할 예정이다. 팽창·수축하는 에어백이 사용자의 목 뒷부분에 반복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방식이다. 바디프랜드는 이 기술을 최초로 특허 등록했고, 의료 기기 인증도 받았다. 휴테크는 'G9 블랙에디션' 안마 의자를 출시했다. 종아리와 발바닥에 탑재된 지압 롤링 시스템을 이용해 발 마사지를 강하게 할 수 있다. 이 밖에 세라젬은 올해 출시한 세라젬 V4 모델에 대해 식약처에서 근육통 완화 효과 인증을 받았다. 바디프랜드 정지연 파트장은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면서 '집이 일터로 바뀌어 피로가 더 심해졌다'는 직장인도 있다"며 "안마 의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업체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했다.

안마 의자를 거실과 안방으로 들이는 집이 많아지자 층간 소음을 둘러싼 갈등도 빈발한다. 밤늦은 시간 윗집에서 안마 의자를 쓰면 소음 때문에 제대로 잠을 이룰 수가 없다는 하소연이다. 한 네티즌은 블로그에 "요새 윗집 안마 의자 소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밤 11시의 안마 의자 소리는 정말 참기 힘들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부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밤 12시 넘어서는 안마 의자 이용을 자제해달라”는 가정 통신문을 엘리베이터에 붙여 놓고 있다. 한 안마 업체 관계자는 “두드리는 기능 등을 밤늦게 이용할 경우 소리가 커서 다소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안마 의자 밑에 고무 패킹을 넣는 등 저감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