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접기 원리를 이용해 얼음판에서도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이 개발됐다. 상용화되면 노인들이 미끄러운 길에서 넘어져 다치는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기계공학과의 지오반니 트라베르소 교수 연구진은 지난 1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의학공학'에 "일본의 종이 공예인 기리가미에서 영감을 받아 마찰력을 높이는 새로운 입체 구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트라베르소 교수는 하버드 의대 교수도 맡고 있다.
기리가미는 종이를 접기만 하는 오리가미에서 변형되어, 종이를 자르는 기법까지 포함하는 입체 공예이다. 앞서 과학자들은 기리가미 기법으로 무릎처럼 구부러진 형태에 잘 달라붙는 반창고나 센서를 개발했다. 트라베르소 교수는 MIT, 하버드대 연구진과 함께 기리가미 기법으로 복잡한 돌기 형태가 있는 플라스틱, 철제 판 구조를 만들었다.
기리가미 기법으로 뱀의 비늘 모양을 평면에 반복해 만드는 방식이다. 기리가미 구조는 가만있으면 비늘이 평평하게 있지만, 판을 움직이면 비늘이 서면서 돌기가 된다. 사람이 기리가미로 만든 밑창을 댄 신발을 신고 똑바로 서면 바닥이 평평한 상태를 유지하다가 걸으면서 신발 형태가 바뀌면 돌기가 튀어나온다. 연구진은 "2차원 평면에서 3차원 입체로 형태가 바뀌는 것이 이번 기술의 독창성"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밑창의 돌기를 사각형, 삼각형, 곡선형 등 다양하게 만들었다. 이 밑창을 붙인 신발을 사람이 신고 2.5㎝ 두께의 얼음판에서 움직이면서 마찰력을 쟀다. 기리가미 코팅이 된 신발은 일반 신발보다 마찰력이 20~ 35% 높아졌다. 특히 오목한 형태의 돌기가 가장 많이 마찰력을 증가시켰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현재 기리가미 코팅을 신발에 가장 잘 붙이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아예 탈부착이 가능한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 연구진은 "마찰력을 높이는 기리가미 코팅은 노인들이 얼음판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할 뿐 아니라 기름이나 습기가 많은 작업 현장에도 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