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장진해(28)씨는 최근 잠들기 전에 유튜브로 '연애 운(運)을 올려주는 주파수' 영상을 튼다. 이 영상에는 1시간 동안 자연 풍경 이미지와 피아노 선율, 일정한 음높이의 기계음이 나온다. 이 기계음이 이른바 '주파수'다. 영상 소개란에는 "주파수가 기운을 불러모아 사랑하는 사람에게 연락이 온다" "연구로 입증됐다"고 적혔다. 장씨는 "긴가민가했는데 진짜로 맘에 두던 여성으로부터 연락이 왔다"며 "이후 해당 채널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소원을 성취해주는 기계음'을 담은 유튜브 영상이 최근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연애 운을 올려준다는 영상은 300만번 이상 재생됐다. 댓글난엔 '간증'이 가득하다. "며칠간 잠잘 때마다 들었더니 1년 전 헤어진 남자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는 사람도 있다. 매일매일 영상에 댓글을 달며 "26일째 듣고 있다. 제발 짝사랑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비는 사람들도 있다. 물이나 바위에 소원을 빌던 '무속 신앙'이 유튜브로 옮겨온 것이다.

주파수 영상의 주제는 연애에 국한되지 않는다. 'DNA와 세포를 재생한다' '신체 독소를 해독해준다'는 영상도 있다. 이 영상을 찾아보는 사람들의 사연은 더욱 애절하다. "아들이 뇌전증인데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거나 "유전병이 있는데 낫고 싶어서 찾아왔다"는 댓글이 달렸다. '21일간 들으면 돈이 생긴다'는 영상도 있다. 이 영상에는 "2주간 영상을 봤더니 돈이 생겼다" "로또 3등이 됐다"며 성공 체험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댓글을 달았다.

정말 영상이 효과가 있는 것일까? 심리학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상관성 착각'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전혀 관련 없는 두 사건에 인과관계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 습성이 있다. 특정 대역의 주파수와 연애, 돈은 사실 관계가 없지만, '영상을 보고나서 좋은 일이 생긴 것 같다'고 믿는 것이다. 스스로가 '통제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대상일수록 '상관성 착각'을 더 자주 저지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연세대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는 "일이 잘 안 풀리고 좌절감을 느끼는 젊은이들이 환상을 좇으며 위안을 받는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