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뻬’ 차림으로 농활온 ‘뽕숭아학당’ 멤버들.

마음은 언제나 광활한 대지에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외출이 줄어든 요즘, 패션계는 '텃밭'에 눈을 돌렸다. 위에는 재킷에 아래는 잠옷을 입은 '집콕 패션'이 대세로 떠오른 데 이어 최근에는 바로 모내기하러 나가도 될 듯한 '농촌 패션'이 인기다.

트롯맨 F4가 TV조선 '뽕숭아학당'에서 먼저 '몸뻬(일바지)' 패션을 선보였다. 농활이 주제였던 지난주 방송을 앞두고 팬들은 '몸뻬 차려 입고 함께 시청해요'라고 온라인에 '인증샷'을 올리기도 했다. 배우 송승헌이 정신과 의사로 출연하는 드라마 '저녁 같이 드실래요'에서도 '멋짐'을 버리고 '일바지 패션'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벙거지 모자(버킷햇)에 멜빵바지가 요즘 젊은층에게 가장 사랑받는 농부 패션 아이템이다. 밖으로 나가지 못하니 베란다 텃밭이라도 가꾸려는 '홈 가드닝'이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면서 집에서든, 밖에서든 입기 편한 멜빵바지가 함께 떴다. 드라마 '동백이' 공효진도 한몫했다. 드라마에서 꽃무늬 복고풍 붐을 일으킨 공효진이 최근 tvN '삼시세끼'에 벙거지 모자와 멜빵바지를 차려 입고 등장한 것. 방송 후 그녀가 쓰고 나온 모자가 일시 품절됐다.

벙거지 모자에 멜빵바지 차림을 한 공효진.

멜빵바지는 영화 '모던 타임스'에서 주인공 찰리 채플린이 입고 나온 공장 작업복 이미지가 강하다. 1차 세계대전 당시 한 번에 입고 벗기 편하다는 이유로 질긴 데님(청) 원단으로 만든 오버올(overalls·멜빵바지)이 대거 유행했고, 멜빵바지와 비슷한 점프 슈트(상의와 하의가 붙어 있는 바지) 역시 작업복으로 애용됐다. 편한 착용감에 1970년대 히피족 사이 인기를 끌었던 멜빵 패션이 국내에서 대대적으로 유행한 건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 때문. 자율을 부르짖는 'X세대의 상징'이었고, 귀여우면서도 자유로운 길거리 패션 느낌을 자아내서다.

요즘 젊은이들은 브라톱(가슴 부분만 가린 짧은 의상)에 멜빵바지를 입어 섹시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여기에 '동백이'처럼 빨간 양말로 포인트를 줘 촌스러운 듯 발랄한 느낌을 얹는다. 패션 전문가들은 "가슴이나 엉덩이가 빈약한 스타일, 체형에 콤플렉스가 있는 경우 멜빵바지를 입으면 단점을 가릴 수 있다"고 귀띔한다.

한 가지 흠이라면 다섯 살 어린애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 최근에 50대 할리우드 스타 제니퍼 로페즈까지 멜빵바지를 입으며 열풍에 동참했지만, 일반인들이 소화하기엔 다소 까다로울 수 있다. 미국 인스타일 매거진은 "멜빵바지와 대조적 효과를 주기 위해 여성스러운 러플(커다란 물결 주름) 소매나 발등이 모이는 끈 스타일 하이힐을 신으면 어린아이 느낌에서 벗어나 한결 멋스러워 보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