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 코드 미디어 디렉터

미국 주식시장에서 테슬라의 주식은 수수께끼 같은 존재다. 작년 테슬라에는 새로 선보인 모델의 실망스러운 판매 실적과 CEO 일론 머스크의 주식과 관련한 실언, 그리고 임원들의 집단 이직 등의 악재가 터졌다. 이 상황을 보던 한 유명 분석가는 "테슬라는 기업 가치의 80%를 잃고" 소멸할 거라고 예언했다. 그런데 그 이후로 테슬라 주식은 오히려 치솟기 시작해서 1년 만에 240% 상승했다. 더 신기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자동차 제조사들의 주식이 폭락하던 올해 초에 테슬라 주식은 100% 상승했다는 사실이다.

주식가격이 치솟는 이유

구글 검색창에 영어로 "Why is Tesla(왜 테슬라는)…"라고 쓰면 구글 검색어 자동 완성에 뜨는 말은 "…주식이 오르나요" "왜 주가가 치솟고 있나요" 같은 말이 상위에 오른다. 모두가 궁금해서 같은 내용을 검색하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포드를 검색하면 "…왜 주가가 테슬라보다 낮나요" GM은 "…왜 안 좋은 건가요"가 상위에 뜬다.) 오죽하면 주식시장에 정통한 기자들도 "솔직히 말하면 나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줄줄이 고백했을까.

테슬라는 작년 한 해 동안 전기자동차 약 37만대를 팔았다. 그런데 같은 기간 242만대를 판 포드그룹의 주식가격은 6달러가 채 안 되는 반면, 테슬라는 한 주에 무려 822달러다. 이 정도의 가격은 자동차 회사 주식이라고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주식가격은 성장 가능성으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수께끼를 풀어줄 열쇠가 있다.

테슬라의 주가는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과 같은 실리콘밸리 기업의 수준에 있다. 왜냐하면 주주들이 테슬라를 자동차 기업으로 생각하지 않고 디지털 테크 기업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생각은 틀린 게 아니다. (실제로 테슬라 주식은 다른 자동차 메이커와 달리 나스닥에서 거래된다.) 테슬라는 제조부터 판매, 판매 후 관리까지 전 과정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서 빅3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운영된다. 가령 네바다주에 있는 공장 '기가팩토리'는 정북향으로 지어졌다. 공장 내부의 로봇들이 GPS로 쉽게 움직일 수 있게 배치한 것이다. 판매는 딜러망 없이 온라인으로 하고 구매자에게 자동차를 배달한다.

자동차가 아니라 디지털 제품

테슬라를 자동차가 아닌 디지털 제품으로 인식하게 하는 것은 구매 후의 경험이다. 테슬라 오너들은 차를 구매한 후로 "시간이 지날수록 차가 더 좋아진다"고 말한다. 마치 스마트폰처럼 끊임없는 소프트웨어 자동 업데이트로 차가 샀을 때보다 더 똑똑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을 한 오너들은 테슬라의 팬이 되어 입소문을 퍼뜨리기 때문에 테슬라는 광고비를 거의 쓰지 않는다.

이런 팬의 존재 역시 실리콘밸리 기업과 몹시 닮았다.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 래리 페이지, 제프 베이조스, 마크 저커버그 등 실리콘밸리의 창업자, CEO들은 미국 문화에서 '영웅'이자 기업 가치를 높이는 요란한 치어리더들인 반면, 디트로이트의 CEO들은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무명의 관리자처럼 보인다. 물론 이 테크 기업 설립자들이 단순히 개인적 매력만으로 회사를 키우는 건 아니다. 기업의 폭발적 성장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원대한 비전'과 그를 뒷받침하는 '단기 실행 능력'으로 증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머스크는 자신이 개발한 전기자동차 기술을 다른 기업들에 돈을 받지 않고 공개하는가 하면, 테슬라가 아니더라도 좋은 전기차가 많다면서 경쟁 업체를 홍보해 주기도 한다. 언뜻 무모한 행동 같지만 이는 테슬라가 단순히 자동차 한 대를 더 팔기보다 업계의 기술 표준이 되는 것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테슬라를 자동차 회사가 아닌, 신재생에너지의 저장과 송출을 담당하는 기업이라는 원대한 꿈을 이야기한다. 테슬라의 기업 가치가 일반적 자동차 회사들과 크게 다른 이유가 바로 이런 미래의 가능성 때문이다.

주가 올리기 교과서 같은 기업

하지만 아무리 원대한 꿈을 이야기해도 당장 자동차 회사로서 성공하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런데 테슬라는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전기 승용차 외에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자동차인 픽업트럭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제품을 발표했고, 역시 미국에서 중요한 트레일러트럭을 발표했다. 이 제품들은 성능은 가솔린 제품보다 월등한데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아 시장에서 기대치가 한껏 올라간 상태. 전문가들은 주가와 기업 가치를 계속해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시장에 "긍정적 충격(upside surprises)"을 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봤을 때 테슬라는 주가 올리기의 교과서 같은 기업이다.

이런 기업이 또 있을까? 있다. 바로 시가총액 1000조(trillion) 기업 아마존이다. 다른 테크 기업과 달리 미국 전역에 물류 시설과 배송망 등의 실물 자산을 많이 갖고 있다는 점에서 제조 시설에 큰 투자를 한 테슬라와 비슷하고, 자신이 개발한 기술을 팔거나 제공함으로써 시장 장악을 넘어 새로운 판을 짜고 있다는 점에서 또한 닮아 있다. 아마존이 실제 시장에서는 월마트보다 규모가 작아도 주주들은 월마트와 차원이 다른 기업으로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테슬라의 주주들 또한 테슬라를 단순히 빅3와 경쟁하는 제조 업체가 아닌 미래를 그리는 기업으로 인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