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와 돼지고기를 함께 볶은 '고사리 고기 지짐'. 제주도에서는 고사리를 다양한 요리로 활용해 즐긴다.

제주도의 봄은 ‘고사리의 봄’이라 해야 할 듯하다. 그만큼 제주 고사리는 맛이 좋기로 이름 났다. 굵으면서도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이 다른 지역에서 나는 고사리와는 ‘종이 다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 예로부터 서울 궁궐에 계신 임금에게 진상했다 하여 ‘궐채(闕菜)’라고 불렀을 만큼, 제주 고사리는 맛과 향이 뛰어나다.

제주산 고사리라고 다 명품(名品)은 아니다. 제주에서는 고사리를 ‘흑고사리’와 ‘백고사리’로 나눈다. 최근 ‘제주식탁’이라는 책을 펴낸 양용진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 원장 겸 제주음식전문점 ‘낭푼밥상’ 대표는 “원래 이름은 흑고사리와 백고사리가 아니라 ‘먹고사리’와 ‘볕고사리’”라며 “과거 궐채는 이 먹고사리를 말한다”고 했다. “먹고사리란 먹물처럼 색이 진하다는 뜻이죠. 들에서 자라는 연둣빛 고사리를 ‘백고사리’라고 부르는데, 먹고사리와 비교해 하얗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들 알지만 원래는 햇볕 보고 자란 고사리라는 뜻의 ‘볕고사리’입니다.”

먹고사리는 한라산 자락 계곡이나 습지, 곶자왈 등에서 자란다. 햇볕을 잘 쐬지 못하는 그늘에서 자라기 때문에 빛깔이 어둡다. 억새나 가시덤불 사이에서 자라기 때문에 따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반면 너른 들판에서 자라는 볕고사리는 햇빛을 쐬면서 광합성하기 때문에 초록색이고 채취가 어렵지 않다.

제주 고사리는 '흑고사리'와 '백고사리'로 나눈다. 흑고사리는 곶자왈, 계곡, 습지 등지 억새나 가시덤불 속에서 햇볕을 덜 보고 자라 색이 짙다.(왼쪽) 흑고사리(왼쪽)와 백고사리를 나란히 놓고 보면 색과 굵기 차이가 확연하다.(오른쪽)

고사리가 흔하고 맛있는 제주에서는 당연히 고사리를 이용한 음식이 발달했다. 양용진 원장은 “제주만큼 고사리를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하는 지역은 없다”고 단언한다. “나물은 기본이고 전과 육개장, 된장국으로 만들었고, 돼지고기나 보말과 함께 지져 먹었습니다. 요즘에는 잡채에 넣거나 김치전, 파전 등에도 곁들여 먹지요.”

‘고사리 콥대사니(풋마늘대) 지짐’ ‘고사리탕쉬(잡채)’ ‘고사리전’ ‘고사리 육개장’도 맛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고사리 고기 지짐’이 가장 입에 맞았다. 만드는 법도 쉽다. 고사리에 돼지고기를 넣고 함께 볶은 음식이다. 양 원장은 “여기에 두부적과 콩나물까지 합세하면 제주식 두루치기가 된다”고 했다. 구수한 메밀가루를 모든 재료를 어우러지게 하는 점착제로 활용하는 점은 메밀이 많이 나는 제주의 음식다운 특징이다.

대개 말린 고사리로 나물 무칠 땐 불리고 데쳐서 쓰지만,제주 고사리로 고사리 고기 지짐을 만들 때는 불려서 데치지 말고 그대로 요리한다. 제주 고사리가 워낙 부드럽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고사리가 뭉개져 곤죽처럼 될 수 있다. 사실 내가 그랬다. 고사리 고기 지짐 만드는 법은 동영상 참조.

고사리 고기 지짐

삶은 고사리 200g, 삼겹살 100g, 진간장 5큰술, 설탕 1/2큰술, 다진 마늘·식용유·통깨 1큰술씩, 다진 파 2큰술, 참기름 1작은술, 메밀가루 3큰술, 물 1/2컵, 된장 약간

1. 삼겹살은 납작하게 썰고, 삶은 고사리는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2. 고사리와 삼겹살을 섞고 진간장, 설탕, 다진 마늘, 파, 된장으로 양념한다.
3. 양념한 고사리와 삼겹살에 물을 붓고 조리다가 메밀가루를 풀어 넣고 통깨와 참기름으로 마무리한다.

*출처=‘제주식탁’(양용진 제주향토음식보존연구원 원장·낭품밥상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