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여권 대선 후보로서 자신의 지지율이 낮은 데 대해 “태평성대에는 누가 황제인지 모른다”고 했다. 서울시장으로서 일을 많이 한 결과 서울시에서 갈등이 터져나오지 않아 유권자들이 시장의 존재감을 잘 느끼지 못한다는 자평이다.
박 시장은 25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임기 동안 많은 일을 한 것 같은데 정작 대선 주자로서 지지율이 너무 낮다”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박 시장은 “(일을) 너무 많이 하니까 사람들이 모른다”며 “태평성대에는 누가 황제인지 모른다는 얘기도 있지 않나”라고 했다.
박 시장의 언급은 자신의 시정(市政)을 고대 중국의 전설적인 태평성대인 요순(堯舜)시대에 빗댄 것이다. 당시 백성들의 삶이 너무나 평온했던 나머지 백성들이 임금의 존재를 잊었다고 한다. 박 시장은 “보통 정치는 메시지이고, 메시지는 갈등 속에서 나온다”며 “갈등이 있어야 드러나는데 서울시는 갈등이 없다”고 했다.
박 시장은 이어서 “그렇게 자연스레 스며드는 정치가 진짜 정치라고 생각한다”며 “정치에 대한 패러다임을 좀 바꿔야 한다. 여의도에서 갈등하고 대결하는 것보다는 조용히 우리 삶을 바꾸는 소리 없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여론조사 업체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전국 성인 1000명에게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정치 지도자, 즉 다음번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조사(신뢰 수준 95%, 표본 오차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에서 박 시장을 꼽은 응답자는 1%였다. 1위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28%), 2위는 이재명 경기지사(11%), 3위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3%), 4위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2%)였다. 박 시장의 선호도는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과 같았다.
한편 이날 인터뷰에서 박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자와 정의기억연대(정의연) 관련 논란에 대해 “검찰이 수사하고 있고, 정의연도 자체적으로 조사하겠다고 하니까 (잘못이 있다면) 밝혀질 것”이라며 “결과에 따라 응당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박 시장은 또 “주무 관청에서 감독은 하지만 잘 안 된 것”이라며 “이번 사태가 비영리 단체들의 제도적 투명성이 강화되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반면 자신이 운영했던 아름다운 가게·재단에 대해선 “장부를 회계사와 세무사가 감사하도록 하고, 아예 장부를 통째로 웹사이트에 올렸다”며 “비영리 단체들도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