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휴업령이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에서 다수 식당들이 ‘나체 사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당국의 봉쇄령에 반발하며 정상 영업을 요구하는 취지다.
5월 중순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 지역 식당들이 소셜미디어에 종업원들의 벌거벗은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사진엔 식당 종업원들이 나체로 중요 부위만 가린 채 모여있다. 얼굴엔 마스크를 썼다. 손에는 러시아어로 ‘벌거벗은 레스토랑’‘(휴업령의) 끝은 언제?’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한 사진엔 ‘일하고 싶다!’라고 적힌 팻말이 나오기도 한다.
‘당국의 휴업 조치로 식당이 홀딱 벗은 것처럼 망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캠페인이다. 크라스노다르 지역에서 시작했지만 다른 지역 식당도 호응했다. 발트해 근처 칼리닌그라드 지역이나 시베리아의 크라스노야르스크 지역까지 퍼졌다. 현재 인스타그램에서만 해당 해시태그로 검색되는 게시물 수가 170개 이상이다. 게시물에 대한 ‘좋아요’ 개수가 수천개에 달하는 등 러시아 네티즌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3월 말부터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 강제 휴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시내의 모든 식당들의 정상 영업이 중단됐다. 배달 영업만 예외적으로 허용됐다. 휴업령 실시 이후 실업률이 치솟고 세수가 줄어드는 등 경제 전반이 휘청댔다. 특히 중·소규모 식당 같은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컸다. 정부는 이들을 위해 지원금을 마련했지만, 많은 소상공인들은 “생색내는 수준”“충분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12일부터 전국 단위 휴업령을 해제했다. 그러나 수도 모스크바를 비롯한 다수 지역은 여전히 휴업령이 지속되고 있다. 구체적인 해제 시기와 방법을 지자체장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식당들의 휴업은 두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고, 그로 인한 피해도 누적 중이다.
캠페인에 참여하는 식당들은 당국에 조속한 영업 재개를 요구하는 동시에, 정상 영업을 하며 어떻게 코로나 감염을 방지할 것인지 자체적인 대책을 내 놓고 있다. 손님이 떠나면 해당 테이블 30분간 비워놓기, 야외 테라스 자리만 운영하기, 테이블 간격 넓히기 등이다.